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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생대 이야기
나노 신소재(NGO)와 세포치료를 융합한 급성 이식편대숙주병 신규 면역치료법 개발 유경록 교수 인터뷰

나노 신소재 기반 면역조절 전략으로 급성 이식편대숙주병 치료에 새로운 방향 제시
급성 이식편대숙주병(Graft-versus-Host Disease, GVHD)은 조혈모세포 이식 과정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중증 합병증으로, 기증자 면역세포가 환자의 조직을 ‘자가’로 온전히 인식하지 못한 채 공격하면서 발생한다. 1차 치료제인 고용량 스테로이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의 비율이 35~60%에 이르는 등 기존 치료 옵션의 한계는 명확하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식품·동물생명공학부 동물생명공학전공 유경록 교수 연구팀은 나노 신소재와 세포치료를 결합한 새로운 GVHD 면역조절 전략을 제시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유 교수는 혈액학적 질환과 이식면역을 꾸준히 연구해 온 과정에서, GVHD의 복잡한 병태생리를 단순 면역억제 방식으로 제어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다양한 후보 치료제를 스크리닝하는 과정에서, 예상 밖으로 나노산화그래핀(Nano-Graphene Oxide, NGO)이 가장 강한 면역조절 효과를 나타낸다는 점에 주목했다. NGO가 기존 약물처럼 면역반응을 일괄적으로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면역세포의 반응 방향을 전환시키는 특성을 지닌 점이 새로운 치료 가능성으로 이어졌다.
대식세포 분극 조절을 통한 면역환경 재구성
본 연구의 핵심 성과는 NGO가 대식세포의 분극(polarization)을 정밀하게 조절한다는 기전을 규명한 것이다. 기존 GVHD 연구는 주로 T세포 활성 조절에 초점이 맞추어져 왔으나, 유 교수 연구팀은 면역반응의 ‘전반적인 톤’을 설정하는 대식세포에 주목해 연구 방향을 확장하였다.
NGO를 처리한 인간 면역세포 기반 GVHD 모델에서, 염증성 M1 대식세포는 유의하게 감소하고 항염증성 M2 대식세포가 증가하는 경향이 관찰되었다. 후속 분석을 통해 NGO가 IFNγ–STAT1 신호전달 경로의 선택적 억제를 통해 이러한 분극 전환을 유도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특히 STAT1 인산화가 NGO 처리군에서 뚜렷하게 감소한 반면, M1 상태를 유지시키는 다른 주요 경로인 LNP-MyD88 pathway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는 NGO가 광범위한 면역억제가 아닌 표적적 면역조절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임상적 의의가 크다.
NGO–대식세포 융합 전략의 임상적 확장성
탄소 기반 나노소재를 인체에 직접 투여하는 방식은 아직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근거가 축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임상적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NGO로 사전에 분극 유도(priming)한 대식세포를 환자에게 다시 주입하는 ‘NGO-primed macrophage’ 전략을 제시하였다. 이는 나노소재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직접 투여가 갖는 독성 우려를 효과적으로 우회하는 접근이다.
NGO-primed macrophage는 동물모델에서도 체중 감소 억제, 장 손상 완화, 생존율 증가 등 GVHD 진행 억제 효과를 안정적으로 보이며, 임상 전 단계의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임상 전 진입을 위한 과제와 향후 연구 방향
임상 적용을 위해서는 대규모 독성평가, 식약처 심사, 단계별 임상시험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첨단재생의료 제도를 도입하면서 임상 접근성이 일정 부분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연구 설계의 적절성, 적용 질환의 구체적 범위 설정, 세포치료제의 품질 기준 마련 등 해결해야 할 요소가 많다. 현재 연구팀은 서울아산병원과 협력하여 NGO-primed macrophage 플랫폼의 임상 가능성을 검토하며 관련 과제 확보를 진행 중이다.
본 연구는 GVHD에 국한되지 않고, 류마티스 관절염, 염증성 장질환 등 광범위한 자가면역·염증성 질환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갖는다. NGO가 유도한 M2 대식세포의 안정적 항염증 기능은 다양한 질환에서의 적용성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
연구실 협업 과정과 연구의 의미
논문1저자인 유아론 대학원생은 연구 과정에서 가장 큰 배움으로 “예상치 못한 결과에 대응하며 연구 방향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얻게 된 통찰”을 꼽았다. 그는 실험 설계 단계에서의 백업 플랜의 중요성, 변수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연구실 운영 방식이 연구의 완성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 교수는 이번 연구가 개인적 연구 여정에서도 전환점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임상 적용 경험이 거의 없는 나노소재를 바로 투여하는 방식의 한계를 인식한 뒤, 세포와 나노소재를 융합해 안정성을 확보하는 ‘우회 전략’을 고안한 것은 연구자적 판단과 실험적 설계가 결합된 결과였다. 그는 이를 통해 새로운 연구 패러다임이 열린 한 해였으며, 성과를 통해 연구적 확신을 더욱 얻었다고 언급했다.
학생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유 교수는 마지막으로 연구를 “하나의 종합적 창작 과정”으로 표현하며, 연구 설계·데이터 해석·동료 평가 등이 모두 지적 성취감으로 이어지는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학생 시기야말로 몰입하여 연구의 즐거움을 체감할 수 있는 훌륭한 시기”라며, 서울대학교의 연구 환경을 적극 활용해 학문적 성장을 경험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