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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생대 이야기
서울대-안양시 관악수목원 협약 체결 관련 임상준 수목원장 인터뷰
올해 2월 20일,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와 안양시 간 ‘관악수목원 전면 개방 및 국유재산 무상양여를 위해 법적 효력이 있는 업무협약(MOA)’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서울대 관악수목원의 상시 개방과 국유재산 무상 양여를 포함한 중요한 합의로, 양측의 공식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법적 이행력을 갖춘 협정으로 체결되었다. 협약에 따라 90ha에 달하는 미양여 국유재산이 서울대학교의 품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특히 2011년 서울대학교의 법인화 이후 답보 상태에 있던 수목원 및 학술림에 대한 무상양여의 첫걸음을 떼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수목원장직을 역임하고 계신 산림 환경학전공 임상준 교수를 만나 이번 협약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본교와 안양시 간 관악수목원 업무 협약을 맺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2011년 국립대학 법인화 과정에서 서울대학교가 교육 및 연구 목적으로 계속 사용하고 관리하던 시설에 대한 소유권을 넘겨받지 못한 부분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시설이 학술림과 수목원으로, 서울대학교 측에서는 무상양여를 받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해 오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분포한 시설 중, 시민사회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안양시에 있는 ‘관악수목원’부터 협의를 시작하여 무상양여 합의 절차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Q. 이번 업무 협약 과정에 관해 설명해 주세요.
A. 현재 서울대학교 학술림 및 수목원에서 사용하고 관리하는 토지는 국유지로 교육부의 관리하에 저희가 위탁 사용하는 형태입니다. 국유재산을 관리하는 기획재정부는 지역사회와의 협의가 이루어진다면 일부 면적에 대해 기꺼이 무상양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안양시도 국유재산은 법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할 수 없어 서울대에 소유권이 이전되더라도 손실이 없으므로 양측 모두 무상양여에 긍정적인 태도로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다만, 안양시는 관악수목원 일부 구역에 대한 상시 개방을 요청하여 상시 개방에 관한 내용을 협약에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숲 체험이나 현장교육 등 특정 목적에 따른 사전 예약자만 입장을 허용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국립수목원처럼 신청하면 누구나 올 수 있도록 개방할 예정입니다. ‘상시 개방’의 구체적인 실현 방안은 현재 조정 중에 있습니다.
Q. 이번에 무상양여 받게 된 관악수목원에 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관악수목원은 대한민국 최초의 수목원으로, 관악수목원이 생김으로써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72번째로 수목원을 가진 나라가 되었습니다. 역사성과 더불어 관악수목원이 가진 자원의 가치도 의미가 깊습니다. 우리 수목원은 식물의 유전자원을 관리하고 보호하는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나무의 채집, 식재 등 제반 이력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관악수목원의 식물들은 외국과 종자 교류를 할 때 사용하는 등 일반적인 나무의 가치를 넘어 고유명사 ‘나무’로서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귀중한 자원입니다.
Q. 다른 학술림과 수목원의 경우 무상양여 논의가 어느 단계까지 이루어졌나요?
A. 서울대학교의 2011년 법인화 후 미양여 국유재산은 총 18,670.8ha에 달합니다. 그중 학술림은 경기도 수원·화성의 칠보산 학술림, 경기도 광주의 태화산 학술림, 그리고 전라남도 광양의 지리산부터 백운산에 해당하는 남부 학술림이 있습니다. 전체는 아니더라도 기존 관리 면적의 10%가량이라도 되찾아 오는 게 저희의 목표입니다. 나머지 학술림에 대한 논의는 아직 시작 단계이고, 사실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광양의 남부학술림의 경우에도 정치인을 위시한 지역사회에서 남부 학술림을 국립공원으로 개발하고자 하는 이해관계가 저희의 입장과 충돌하여 많은 반발이 있었습니다.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나 국가가 필요한 경우 국유재산 및 물품을 무상으로 양도할 수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법적으로 무상양여가 필수가 아니고 정부 측에서도 지역사회의 동의를 얻어야 저희가 관리하던 시설의 소유권을 양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지속해서 지역사회와 논의해 가며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Q. 서울대학교 학술림 및 수목원의 무상양여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학술림과 수목원이 서울대학교에 다시 돌아오는 것은 자유로운 교육과 연구를 통한 학문의 발전을 위해서 매우 중요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교육 및 연구 목적으로 학술림과 수목원을 이용할 때 실소유자가 아니라서 발생하는 불편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자취하거나 전세를 사는 경우에 집주인 눈치가 보여 못 하나 마음대로 못 박는 것처럼, 저희도 교육·연구 목적으로 관련 시설을 설치하거나 제반 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제한이 따릅니다. 또한 법인화를 거치며 서울대학교가 지금까지 사용하고 관리해 온 시설들에 대한 권리를 잃어버리니 연구자들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도 있습니다.
Q. 상시 개방을 앞두고 임시로 상시 개방 중인데, 발생 혹은 예상되는 문제가 있나요?
A. 관악수목원 내 자원들의 훼손 및 관리 문제가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문제입니다. 실제로 시범 개방 기간에 안양시에서 관리 인력을 지원해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방문객이 관악수목원의 약초와 나무를 훼손하거나 꺾어 가져가는 경우가 몇 번 발생했습니다. 상시 개방 때에는 이 문제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원인은 일반 시민들이 관악수목원의 가치를 잘 모르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대학교 입장에서 관악수목원은 희귀 식물자원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중요한 장소이고, 내부의 나무나 약초, 꽃 하나하나가 소중한 가치를 가집니다. 그러나 방문객들은 관악수목원을 여타 수목원처럼 편하게 입장해서 휴식하고, 계절에 맞는 조경을 구경하는 여가 장소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러다 보면 예뻐 보이고, 신기해 보이니까 꺾기도 하고 나무나 약초를 가져가서 심으려고 하는 일도 발생하죠.
관악수목원의 일부 식물들은 하나밖에 없어 어디서 구해올 수 없는 희귀자원이고, 공식적으로 반출하거나 사라지면 환경부에 보고하고 허가를 받아야 할 정도로 귀중하고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일반 시민들도 이를 이해하고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Q. 서울대학교 측에서는 관악수목원을 어떠한 방향으로 활용할 계획인가요?
A. 지금으로서는 서울대학교는 교육과 연구에 집중하고, 그 외 시민 체험이나 관람은 안양시에서 주도하는 방향으로 가고자 합니다. 필요하다면 저희 측에서도 제한적 지원을 할 수 있겠으나 협약 내용에도 명시했듯이 교육과 연구를 최우선 사항으로 두고 있습니다. 또한 관악산 일대 수목원이 도시 공원화되어 수목원의 본래 기능이 퇴색된 것을 반면교사 삼아 남아있는 안양의 수목원 구간은 생물자원과 역사적 가치 보존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Q. 농업생명과학대학 및 서울대 구성원에게 남기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A. 그동안 서울대학교는 관악수목원 무상양여를 위해 지역사회와의 우호적 관계 유지에 집중해 왔지만, 절차가 완료되면 서울대 구성원을 위한 체험 및 교육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하여 수목원의 활용도를 높일 계획입니다. 구성원분들이 관악수목원을 많이 찾아주시면 좋겠습니다.
또 앞으로 다른 지역 학술림의 무상양여 문제에 대한 구성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노력 부탁드립니다. 서울대학교를 둘러싼 관악산과 인근 지역은 모두 수목원으로 지정되어 있고 그 전체 면적은 1,550.6ha에 달합니다. 그중 현재 논의하고 있는 지역은 93.7ha, 안양 지역은 90ha 정도로 극히 일부죠. 법인화 이후 무상양여 논의가 오랜 시간 지연되면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구성원들이 퇴임하고 14년이 지난 이제는 학술림과 수목원의 무상 양여에 대한 관심이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번 안양시와의 협약을 계기로 미양여 국유재산에 대한 구성원들의 공감대 형성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