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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생대 이야기
기후변화 시대, 아프리카 농업의 열쇠 ‘관개’…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최진용 교수 인터뷰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아시아-아프리카센터 주관으로 열린 ‘아프리카 세미나’에서 최진용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아프리카 관개사업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강연하며, 기후변화와 식량 안보 위기에 직면한 아프리카 농업의 해법으로 ‘관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프리카 농업 현장의 다양한 도전과 그 속에서의 지속 가능한 해결책에 대해 더욱 깊이 이해하고자, 세미나 이후 최진용 교수와의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Water is everywhere, but Money is not”
관개는 단순한 수자원 공급이 아니다. 최진용 교수는 관개를 “농업용수 개발, 경지정리, 기계화 기반을 포함한 하드웨어와 물관리 조직 같은 소프트웨어 요소가 복합된 시스템”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단지 물을 끌어다 주는 기술이 아니라, 농업 생산성과 지역 자립 역량 강화를 위한 핵심 인프라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는 여전히 많은 지역이 적절한 관개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최진용 교수는 그 이유로 “물 부족이 아닌 경제적 접근성의 부족”을 꼽는다. 사하라 사막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는 수자원이 존재하지만,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와 유지 관리 예산이 부족해 관개 면적이 전체의 5%에 불과한 실정이다. 관개시설이 일시적으로 도입되더라도, 지속적인 유지와 보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결국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기후변화 시대의 도전과 ‘농민 중심’의 해법
기후변화의 가장 큰 위협은 “변동성”이다. 아프리카는 높은 자연재해 노출도와 낮은 회복 탄력성으로 인해, 기후변화에 매우 취약하다. 특히 농업 인프라 부족은 곧 식량 안보와도 직결된다. 이 가운데 관개는 안정적인 생산성과 식량 공급의 핵심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진용 교수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농민 참여 관개(PIM, Participatory Irrigation Management)’ 방식을 소개한다. 관개시설을 사용하는 농민들끼리 조합을 형성해, 이익의 일부를 유지·관리비로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한국과 일본에서도 과거에 비슷한 방식이 존재했으며, 이는 현재에도 개발도상국에서 주목받는 전략 중 하나다.
탄자니아 잔지바르 프로젝트: 관개를 통한 빈곤 완화
최진용 교수는 탄자니아 잔지바르에서의 관개 개발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경험 부족, 운영·관리 능력 부재, 기술 낙후 등 다양한 한계 속에서 그는 6곳의 대상지를 중심으로 쌀 생산성 향상과 식량 안보 개선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잔지바르가 섬이라는 특수성은 프로젝트의 가장 큰 도전이었다. 지하수 사용이 제한되며, 해수 유입을 막기 위한 방수 처리, 기존 저수지의 구조적 한계 해결 등 다양한 문제를 현지에 맞는 기술로 보완했다. 또한 농민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과 조합 설립도 병행하여 시설의 지속가능한 운영을 꾀했다.
기술과 지속가능성의 조화, 그리고 넥서스 접근법
최진용 교수는 향후 ICT 기술을 활용한 관개 시스템 개발에 집중하고자 한다. 단순한 토목공사보다, 물의 분배와 관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물–에너지–식량 넥서스(Water-Energy-Food Nexus) 관점에서 자원의 상호 연관성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 식량, 에너지는 서로 깊이 얽혀 있습니다. 하나의 자원을 사용할 때 다른 자원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하죠. 이러한 통합적 접근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농업 발전의 핵심입니다.”
미래를 향한 메시지
인터뷰 말미에서 최진용 교수는 농업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진심 어린 조언을 전했다. “농업은 가장 오래된 산업이자 앞으로도 계속될 산업입니다. 도전정신과 자부심을 가지고 세계를 무대로 역량을 키워 나가길 바랍니다.”
최진용 교수는 아프리카의 지속 가능한 농업 발전과 기후변화 대응 전략에 대한 현실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통찰을 제시한다. 아프리카에서의 관개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닌, 사회적·경제적 시스템과 연결된 복합적 과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관개를 통한 변화의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