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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생대 이야기
졸업생 인터뷰(응용생명화학 전공 14학번 김승준)
1.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응용생물화학부 응용생명화학 전공 14학번 김승준입니다. 57회 변리사 시험에 합격해 현재 변리사 2년차로 실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변리사 시험 공부로 인해 졸업이 늦어져 2022년 2월에 졸업했습니다. 응용생명화학 전공의 권용훈 교수님 지도 아래 졸업 연구를 진행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실제 유기 합성 실험을 진행하지는 못하고 특정 화합물에 대한 리뷰 논문으로 졸업 실험을 대체했습니다. 졸업까지 잘 이끌어 주신 권용훈 교수님께 매우 감사드립니다.
2. 변리사의 업무가 궁금합니다.
최근 ‘변리사’라는 직업이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는 것 같습니다. 연애 예능 ‘나는 솔로’에 변리사가 두 분이나 출연하신 걸 보며 확실히 이 직업이 유명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여전히 다른 전문직에 비해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변호사가 ‘사람’의 일을 변론해주는 것이라면, 변리사는 ‘기술’에 대해 변론해주는 직업입니다. 이때, 기술 영역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상표와 디자인을 비롯한 지식재산권 일체 (특허, 상표, 디자인)에 대한 업무 권한을 지닙니다. 구체적으로, 변리사는 지식재산권 일체에 대해 상담/설계/출원/심사절차 대응/등록/등록 이후 심판 및 소송 업무를 진행합니다. 지재권 상담 및 설계의 경우, 클라이언트와 회의 진행을 통해 클라이언트의 니즈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지식재산권 출원 전략 등을 수립하는 업무입니다. 출원, 심사절차 대응 및 등록의 경우, 특허, 상표 또는 디자인권이 실제로 법적 효력을 갖도록 하는 과정으로, 출원서를 작성하여 특허청에 제출하고, 추후 심사 과정에서 발생되는 의견 교환 절차를 진행하는 업무입니다. 심판 및 소송 업무의 경우, 이미 등록이 이루어진 지재권을 바탕으로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에 따른 무효심판, 확인심판, 취소소송 등의 절차를 진행하는 업무입니다. 이와 더불어, 대법원에서 진행되는 상고 소송 또는 지재권 침해에 따른 민형사상 소송도 변리사의 업무의 일부이지만, 현재 변리사의 공동소송 대리권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소송에서 변리사는 변호사를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위와 같은 업무들이 변리사의 기본적인 업무 수행이고, 나중에 업무 분야를 바꿀 수도 있습니다. 대학교 산학협력단이나 기업 내의 고용 변리사 (“인하우스”)가 될 수도 있고, 해외 기업의 업무를 주로 맡는 변리사 (“인커밍”)가 될 수도 있습니다.
3. 변리사라는 꿈을 가지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사실 변리사 시험을 준비할 때 엄청나게 거창한 포부 같은 것을 품고 준비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변리사”라는 직업 자체에 대해서는 15년도에 알게 되었는데, 그 당시에는 ‘이런 직업도 있구나…’ 하는 정도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3학년을 마치고 나니 진로 고민이 들기 시작했고 교수님께서 “모르겠으면 일단 군대나 다녀와라.”라고 말씀해 주셔서 입대를 결정했습니다. 17년도에 입대 (의경)를 했고, 제대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동안 뭔가 준비를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변리사 공부를 시작했고, 제대한 다음 해에 1차 시험을 합격하고, 그 다음해에 2차 시험을 합격해서 변리사 자격증을 얻게 되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변리사가 정말 되고 싶어서 공부를 열심히 했다”라는 말보다는 “일단 공부를 시작하고 보니 자격증을 반드시 따야겠다”라는 생각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정리하자면 한국의 지재권을 수호하겠다는 꿈이 없더라도, 일단 전문직 자격증을 따보겠다는 생각으로 공부를 시작하고 나면 준비 과정에서 이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동기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4. 변리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제가 준비한 과정을 간략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2017년 중반부터 준비해서 2018년 2월에 처음 1차 시험을 봤고, 2018년 11월에 제대하고 2019년 2월에 두 번째 1차 시험을 봤습니다. (1차 시험 합격) 그리고 2019년 동차 시험은 공부를 거의 놓다시피 해서 떨어졌고, 2020년 두 번째 2차 시험에서 합격을 했습니다. 1차와 2차 시험 모두 저는 혼자 공부하는 것을 훨씬 선호했기 때문에 스터디는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1차 시험은 완전 객관식이다 보니, 현장 감각이 크게 중요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100% 인강으로만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2차 시험은 동차 시기 (2019년)에는 인강만 들으면서 쓰는 연습을 거의 안 해서 당연히 떨어졌고, 그 다음 해 (2020년)부터는 2월부터 실강을 들으면서 쓰는 연습을 꾸준히 했습니다. 2차 시험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법 과목별 암기였는데, 태생부터 암기를 매우 싫어했던 터라 시험 두세 달 전까지도 암기를 안하고 있다가 (어떻게 하면 답안지를 예쁘게 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시험 두 달 전부터 매우 열심히 암기를 시작해서 결론적으로는 합격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공부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수 년 동안 지치지 않고 공부할 수 있어야 하는 시험임을 감안할 때, 나의 공부 스타일을 먼저 파악하고, 내 스타일을 고시 공부에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5. 변리사를 준비하면서, 혹은 현재 변리사로서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우선, 변리사를 준비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미래가 불안하다”는 것입니다. 대학원을 들어가면 연구 실적이 쌓이고, 직장에 들어가면 근속 연수가 쌓이는데, 고시 공부는 길어질수록 쌓이는 건 자신의 인생에 대한 걱정과 한탄 뿐입니다. 고시를 공부하면서 쌓은 지식을 다른 분야에 활용할 수 없기에 고시 준비를 하다가 포기하는 순간 그간의 시간이 사라진다는 생각에 불안했습니다.
변리사 실무를 시작하고 나서 느껴지는 가장 어려운 점 역시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창작해야 한다는 점이 어렵게 느껴집니다. 물론, 변리사의 업무분야 중 창작을 할 필요가 많지 않은 인하우스 또는 인커밍 분야로 길을 정한다면 창작의 고통이 덜 하겠지만, 저는 아직 저년차인지라 국내 사건을 맡고 있어 향후 몇 년간은 지속적으로 특허 명세서, 의견서, 심판 청구서나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걱정입니다.
6. 전공 과목의 공부가 변리사로서의 일이나 준비과정에 도움이 되었나요?
저는 응용생명화학 전공의 다양한 과목들이나 생명과학부의 유전학, 세포생물학 등등 생물학 관련 강의를 위주로 들었습니다. 그래서 변리사 2차 시험에서도 분자생물학을 선택과목으로 정했고,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 공부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변리사 시험 특성상 지식재산권법에 관한 내용이 위주이고, 이공계 지식은 1차 시험의 자연과학개론이나 2차 시험의 선택과목에서만 도움이 되다 보니, 실질적으로 전공 공부가 변리사 시험 전체에는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변리사 실무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조금 다릅니다. 상표 또는 디자인 파트를 맡은 것이 아니라면, 모든 변리사는 전자/기계/반도체,소재/화학/생물학 분야의 발명을 접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수습 변리사들은 대학을 다니며 수강한 강좌에 따라 특허 파트가 정해집니다. 이후, 실제로 특허 출원이나 의견서 작성을 진행하다 보면 어떠한 발명의 원리, 효과 및 한계에 대한 파악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파악을 위해서는 해당 분야의 지식이 요구됩니다. 그리고, 최근 학문의 기조가 전공 간의 융합이라는 점을 반영하듯, 변리사가 다루어야 하는 발명들도 다양한 기술 분야가 접목된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한 기술에 대해 정통하고 다른 기술은 거의 모르는 정도의 지식 수준보다는, 두 기술에 대해 적당히 깊이 알 수 있는 지식 수준이 변리사 업무에는 더 적합합니다.
7. 변리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변리사를 꿈꾼다면 멀고 험한 고시 공부의 기간을 거쳐야합니다. 고시 공부를 하면서 원래 가졌던 꿈이 꺾일 수도 있고, 이 공부를 왜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시 공부를 시작한 이상 스스로에게 동기를 지속적으로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험 준비를 하며 시간이 지나다 보면 막연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하고, 시험을 합격하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 매몰비용에 대한 걱정도 들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스스로 스트레스를 관리하면서 이런 두려움과 걱정을 적절히 조절할 수만 있다면, 부정적인 감정들이 오히려 시험 합격에 대한 열망과 동기가 될 수 있습니다. 고시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최대한 빨리 합격해서 몸과 마음을 지키겠다는 굳은 결의로 공부를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리고, 혹시나 시험 결과가 잘 나오지 않고, 시험을 포기하게 되는 일이 생기더라도, 너무 좌절하지 말고 여전히 내 가족과 내 친구들은 나의 곁에 있고, 내 인생에는 수많은 진로와 수많은 기회가 남아 있다고 다시 의지를 다지면 좋겠습니다.
8.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사회 초년생으로 이제 2년차인 저는 회사 출근하면 오늘 해야 할 일, 내일 해야 할 일, 이번 주까지 해야 할 일에 허덕이고, 그러다 보면 하루, 일주일, 한 달이 지나가 있습니다. 학생 때도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꼈는데, 직장인이 되고 나니 시간이 더 빨리 갑니다. 변리사로서의 내 모습이 어떻게 될 지 그려보기엔 아직 부족한 면 투성이고, 하루하루 맡은 일 해내기에 급급하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 학교의 영예에 흠이 되지는 않는 사람이 되도록 항상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