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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퇴임교수 인사] 작물생명과학전공 고희종 교수 인터뷰

2024-03-29l 조회수 276

 
 32년간 작물생명과학전공에서 교수로 재직 후 퇴임을 앞둔 고희종 교수를 만나보았다.
고희종 교수는 1990년에 본교 대학원에서 농학박사학위를 취득하고 1992년 2월에 작물생명과학전공 교수로 취임했다. 2001년 1월부터 8월까지 농생대 부학장을 역임했고, 1996년과 2002년에는 미국 코넬대학교 방문연구원으로서 분자표지 기술을 육종에 접목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2011년에는 차세대바이오그린 식물분자육종사업단 단장을 맡아 국내 식물육종 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그 외에도 한국식물분자표지연구회 회장, 한국육종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였고, 육종연구 발전에 남긴 공적을 인정받아 2022년 7월에는 대한민국 학술원 자연 5분과 회원이 되었다.
고희종 교수에게 그동안의 소회와 학교를 떠나는 소감을 들어보았다.



Q. 먼저 퇴임 축하드립니다. 오랫동안 몸담았던 학교를 떠나는 소감이 어떠신가요?


A. 32년 동안 교수로 근무하면서 기쁜 일도, 우여곡절도, 조금 벅찬 일도 있었지만 돌아보니 굉장히 보람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우수한 학생들, 훌륭한 교수님들과 함께 지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제가 학생일 때는 수원에서 공부했고, 교수로서는 수원 캠퍼스에서 11년 반 동안, 2003년 8월에 관악 캠퍼스로 이사를 와서는 지금까지 20년 반 동안을 교육과 연구, 사회봉사에 매진하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고, 보람도 컸던 것 같습니다.


Q. 교수로 재직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제가 신임 교수였던 때에, 학생 2명이 인터뷰 과제를 하기 위해 저를 찾아왔어요. 대뜸 제게 “교수님은 이제 교수가 된 인생의 목표를 이루셨으니까 앞으로의 목표는 뭡니까?”라고 묻더군요.
저는 “내 목표는 연구자였지 교수가 아니었어. 어떻게 교수가 인생의 목표가 될 수 있니?”라고 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이렇게 생각합니다. 인생의 목표는 단기적인 것보다 평생 내가 하고 싶고, 몰두할 수 있고, 가치가 있는 일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사회적인 지위나 직업, 단기간에 노력하면 이룰 수 있는 일이 인생의 목표가 되면 때로 삶의 방향성이 흔들리게 됩니다.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깊이 생각하고, 내 인생을 다 걸고도 하기 어려운 일을 목표로 삼고 살아가야 합니다.
제게는 그런 목표가 바로 연구였어요. 연구를 통해서 농업을 발전시키고 농민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더 잘 살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였습니다.
전공을 정할 때도 농업을 연구하여 농촌과 농업을 발전시키는 데에 기여할 포부를 가지고 선택했어요.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 등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사회적인 결과물일 뿐입니다. 목표를 정하고 최선을 다하는 삶이 단순하지만 인생의 소명을 이루는 길인 것 같아요.

 나중에 인생을 돌아보면 ‘내가 그래도 목표에 충실하고 노력하면서 행복한 삶을 살았구나’하고 회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튼, 그때 저를 찾아온 두 학생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제 이야기를 듣더니 두 명 모두 대학원에 진학해서 연구자로 알차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Q. 가장 보람찼던 연구가 있으신가요?

A. 제가 단장을 맡았던 차세대바이오그린 식물분자육종사업단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우리나라 식물 육종의 선진화, 첨단화를 위해 만들어진 연구단이었습니다.
이 사업단에서 진행한 연구들로 국내 육종 기술의 수준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는데, 이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우리나라 식물육종의 첨단화를 위해 과제들을 기획하고, 핵심 연구자들에게 연구비를 지원하여, 식물분자육종을 발전시키고 신육종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대표적인 연구 성과로는 세계 최초로 탄저병 저항성 고추 품종을 육성했고, 벼와 콩 등 작물의 품종감별을 위한 바코드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유전자편집기술의 첨단화와 다양한 기능성 작물들을 개발했습니다. 사업단장을 하면서 연구뿐만 아니라 『Current Technologies in Plant Molecular Breeding』 (Springer 사) 책을 집필하여 우리나라 식물분자육종의 위상을 국제적으로 고양하기도 했습니다.


Q. 연구하면서 어려움에 부딪힐 때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까요?

A. 연구하면 어려움에 부딪힐 수밖에 없어요. 연구는 모르는 것을 탐구하는 것이니까요. 연구에는 별도로 세계 최초라는 말을 붙일 필요가 없습니다. 항상 세계 최초가 되어야 하는 것이 연구입니다.
연구는 도전하는 것입니다. 연구하면서 매번 어려움에 부딪힐 때마다 저는 항상 ‘세상에 답 없는 문제는 없다.’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여기에는 분명히 답이 있다. 우리가 못 찾고 있을 뿐이다’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결국 길을 찾아왔습니다. 에디슨이 백열전구 필라멘트에 적합한 물질을 찾고 있을 때의 일화가 있어요. 연구 조수가 100번 실패했다고 말하자, 에디슨은 100번 실패한 것은 곧 필라멘트가 될 수 없는 물질 100가지를 찾아낸 성공과 다름없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에디슨은 2000번 시도한 끝에 대나무 필라멘트를 발견했고요. 학생들에게도 답은 분명히 있으니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찾아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Q. 퇴임 후에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A. 퇴임 후에도 항상 농업에 관심을 갖고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동안 해왔던 일의 연장선상에서 계속 봉사할 것입니다. 자문과 기고도 계속하면서, 학술원 회원으로 활동하고, 또 내년에는 종자연구회 회장을 맡을 예정입니다. 물론 취미 생활도 틈틈이 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Q. 앞으로 농생대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A. 농생대는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의 다양한 전공을 포괄하고 있지만, 산업적인 지향점은 농업입니다. 농생대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면서 교육과 연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예를 들면, 제 전공인 작물 육종학 분야에서도 필드에서 실제로 품종을 만들지 않으면 자연대와 차별화될 수 없습니다. 식물의 유전자를 찾거나 기능을 찾는 연구는 자연대에서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농생대에서는 육종에 유용한 유전자를 찾아서 실제 품종에 활용하는 연구가 수반되어야 합니다. 농생대의 특징은 기초과학 연구부터 개발 연구까지를 전부 다룰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초연구를 응용해서 작물의 품종과 재배 기술을 개발하는 거죠. 그리고 연구와 개발의 공통 목표는 농생명 산업의 발전에 있어야 합니다.
최근에는 학제 간 융합연구가 대세입니다. 농생대도 앞으로의 방향은 각 전공 분야별로 기초와 응용과학을 연구하되 협력을 보다 활성화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학부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무슨 직업이나 일을 선택할지에 너무 에너지를 소모하지 말고, 선택한 일에 어떻게 최선을 다할 것인지를 더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일단 깊은 한 가지 길을 선택하고 이걸 어떻게 해야 내가 더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면 훨씬 더 생산적이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스스로 선택하든, 우연히 선택하든 한 가지 일을 끝까지 미련하게 물고 늘어지는 근성 있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등산하려고 밖으로 나왔어요. 어느 산을 오를지 결정하는 데의 시간을 많이 허비할 것이 아니라, 신중하지만 빨리 목표를 정해서 정상까지 완주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남의 말이나 사회적인 시선에 휘둘리지 말고요. 관악산에 올라가 보면 저 너머로 인왕산도 보이고, 북한산도 보이거든요. 다 비슷한 정상이거든요.

 또, 학생들에게 도전하라는 얘기를 꼭 하고 싶어요. 도전할 일을 스스로 찾아서 도전하길 바랍니다. 어떤 일이 나에게 잘 맞을지, 내가 이 분야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사회가 발전하는 데 필요한 것이 없을지 항상 찾아야 합니다. 최근 AI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그 속에도 분명히 우리가 설 자리가 있을 테고, 우리가 발전시켜야 할 일들이 있을 겁니다. 그걸 찾고 노력하는 것이 바로 도전이고, 야성이죠. 우리 학생들이 야성과 집념을 가진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야성과 집념이 있어야 도전하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SNU CA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