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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응용생명화학 전공 이군택 신임교수 인터뷰

2023-11-03l 조회수 462




2023년 가을, 풍성한 계절의 시작과 함께 응용생물화학부 응용생명화학 전공은 새로운 얼굴인 이군택 교수를 맞이했다. 이군택 교수는 응용생명화학 전공의 전신인 농화학과(88학번)에서 학부 및 석∙박사 과정을 마쳤고 농업생명과학대학 부속기관인 농생명과학공동기기원(NICEM)에서 토양오염분석센터장(교육연구지원부장)으로 23년 동안 근무하였다. 토양 분야 국제표준(ISO Standard) 제정, 휴∙폐광산 주변 토양오염 조사, 반환 주한미군기지 토양 오염 조사 및 위해성평가 등 토양 오염과 관련된 연구∙조사 업무를 수행하였고, 지능형 에코사이언스 특성화대학원에서 산학협력 전담 교수도 역임하였다. 이군택 교수는 본인이 졸업한 전공에서 후배들을 제자로 만날 수 있게 되어서 매우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부임 소감을 밝혔다.

Q. 토양화학 전공과 해당 연구 분야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학부 시절 전공 필수 과목이었던 토양학 수업을 수강한 것이 아마 토양을 학문으로 접한 첫 기억으로 생각됩니다. 그전에는 토양이란 말보다는 “흙”이라는 말에 더 익숙했는데 “토양”이란 단어의 어감이 왠지 어렵지 않고 푸근하게 느껴져서 좋았고 무엇보다 칠판을 하얀 분필로 꽉 채워가며 자세하게 설명해 주신 류순호 교수님의 강의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당시는 뭐가 그리 할 일이 많았는지 항상 자정 넘겨 잠자리에 들었던 까닭에 교수님의 열강을 제대로 듣지 못하고 내려오는 눈꺼풀과 강의 시간 내내 사투를 벌였던 기억이 납니다. 어쨌든 그 후 4학년이 되어 졸업 논문 실험을 위해 토양학 연구실 선택하였고 간척지 토양 염류 조사 연구를 보조하면서 졸업 논문을 완성하였습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군 전역 후에 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하였고 자세한 설명이 인상적이던 류순호 교수님과 다시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큰 고민 없이 다소 막연하게 대학원에 입학한 까닭에 석사 1학기 초까지는 전공 및 농업 관련 기본 지식 등에 많은 부족함을 느꼈고 앞으로 석사 학위 논문은 어떻게 쓸까 하는 걱정을 많이 했으며 교수님과 면담할 때마다 느껴지는 저의 부족함 때문에 많이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교수님의 호출을 받아 방으로 찾아뵈었더니, 저의 맘을 다 알고 계신 것처럼 그 당시 박사 학위를 받고 대학이나 국립농업과학원 등에 근무하시던 선배님들과 저를 빗대어 그분들도 입학 초기에는 저와 똑같았다고 하시면서 따뜻한 격려를 해 주셨습니다. 사실 그 순간에 “내가 토양학을 공부할 만한 잠재력이 있는 사람이구나”, “우리 은사님 같은 토양학의 거성이 나를 제자로 받아 주고 계셨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너무 힘이 나고 좋았으며 그날 얻은 자신감으로 지금까지 토양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Q. 답변해 주신 것을 미루어 보아, 대학원에 입학할 당시에는 토양학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계시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대신 그만큼 입학 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을 것 같은데, 만약 학부 때로 돌아간다면 대학원 진학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할 것 같으신가요?

A. 대학원에 진학할 결심을 한 것과 그중 토양학을 선택한 것 모두 다소 즉흥적이었고 짧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기에 확실히 대학원 입학 초기에는 토양학에 대해 너무 몰랐습니다. 제가 도시 출신이라 성장하면서 농업 활동을 경험해 보지 못하였고 학부 과정에서도 관련 과목을 특별히 선택하여 수강하지 않았기 때문에 식물 생육의 중요한 배지로서 토양을 잘 연구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입학 초기에 많이 하였습니다. 제가 만약 한 3학년 말쯤에 내가 뭘 할 지를 더 확실하게 정해서 그거에 맞춰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다면 대학원에 조금 더 빠르게 적응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는 전공 관련해서는 대학원 과정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더 많기 때문에 학부 때는 여러 다양한 경험을 쌓고 대학원 입학 후에 필요한 전문 지식을 착실히 공부해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미리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고 그게 잘 된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못했다면 내가 처한 상황에서 뭘 해야 할지 잘 생각하고 대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가 후자의 경우인데 저는 스스로 준비가 안 된 부분들을 인지하고 그 부분들을 차근히 하나씩 준비해서 메꿔간 것 같습니다.

Q. 현재 연구실에서는 어떤 주제를 다루고 있나요?

A. 토양학 연구실의 주요 연구 주제는 크게 보면 토양 건강성(Soil health)에 관한 것입니다. 토양 건강성의 일반적 정의는 인간, 식물, 동물 등의 삶을 지속하게 하는 생태시스템으로 기능하는 토양의 능력입니다. 건강한 토양은 물의 조절, 동식물의 다양성과 생산성 유지, 잠재오염원 정화 및 완화, 영양물질 순환, 식물 및 구조물 등의 주요 기능을 수행하면서 인간을 포함한 생태계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와 같은 토양 건강성의 훼손은 우리 삶을 피폐하게 하고 예측할 수 없는 결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토양학 연구실에서는 토양 건강성에 관련된 많은 요소 중에서 토양 오염으로 인하여 훼손된 토양 건강성을 복원하고 이들에 의한 생태계로의 위해(risk)를 최소화하기 위한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중금속 등 유해성분으로 훼손된 농경지의 친환경적 복원(안정화) 및 활용 방법 개발, 토양 유해물질의 식물 전이 특성 규명을 통한 food safety 확보, 미세플라스틱 오염 농경지의 위해 규명 및 저감 방법 개발 등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연구는 특히 토양 중금속 오염 방치 등으로 인간의 삶을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개발도상국의 현안을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며, 토양 미세플라스틱과 같은 신규 오염물질의 위해 정도와 저감 방법을 제시하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Q. 연구자로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일화나 연구 주제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A. 연구자로서 가장 감격스러웠던 순간은 토양 중 화약류 분석 관련 국제표준인ISO 11916-1, ISO 11916-3, ISO 20295를 제안하고 최종 발간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국내외 관련 전문가 그룹과 소통하고 조율하면서 전 세계인이 같이 사용하는 표준을 저를 포함한 NICEM 연구원들이 주도하여 제안하고 발간하였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많이 느꼈던 것 같습니다. 가슴이 철렁했던 순간도 토양 중 화약류 관련 연구 현장이었는데, 한탄강 인근 포사격장에서 토양 시료를 채취하던 중 포격 소리가 나서 SUV 차량을 정신없이 운전하여 관제 센터로 달려갔던 일이 생각납니다. 분명히 사전에 포 사격 연습이 없다고 확답을 받고 시료채취 일정을 잡았는데 포 사격 소리가 나니 모두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물어보니 공포탄 사격이라고 해서 안도를 하면서도 왜 얘기를 미리 안 해 주었는지 원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모 연구원의 경우 포 소리가 나자 부리나케 표적판 뒤로 가서 숨었는데 다른 친구들이 돌아오는 길 내내 이를 놀렸던 생각이 납니다. 포를 쏘면 다른 곳으로 도망가야지 하필이면 가장 위험한 표적판 뒤에 숨었는지 아직도 미스터리지만 당황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Q. 이번 학기에 새로 부임하시고 첫 한 달을 보내셨을 텐데 그 소감이 궁금합니다.

A. 방 정리하고 실험실 새로 공사해서 세팅하고 각종 제출 서류 작성해서 송부하고, 전에 약속해 두었던 외부 강의와 세미나 발표 수행하고, 응용생물화학개론 강의도 2시간 수행했고, 농생명공학콜로퀴엄 세미나도 1회 주관하였고 이래저래 좀 바쁘더군요. NICEM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지만, 학부에서의 1개월은 경험해 보지 못한 일도 해 보고, 앞으로 해야 할 일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등 정말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을 확실히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좋은 선생이자 학생들에게 귀감이 되는 연구자로 남기 위해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많이 생각해 보는 기간이었습니다.

Q. 서울대학교와 인연이 되게 깊으신 것 같습니다. 서울대학교와 오랜 기간 함께하게 된 것이 어떤 애교심에 따른 의도된 바였는지 궁금합니다.

A. 그건 저의 운명이라고 생각되는데, 저는 석사 3학기 재학 중에 동아리 후배와 결혼했습니다. 당시는 지금 보다는 결혼 적령기가 조금 어리기도 했지만 동기들과 비교해서도 조금 이른 결혼이었습니다. 박사 과정 입학 당시 미국 유학 생각도 있었지만, 배우자와 아이를 한국에 두고 혼자 떠나기도 싫었고, 집사람 직장 문제로 가족 모두 유학을 떠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또한 토양학 연구실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시고 대학 및 국가연구기관 등에 근무하시는 훌륭한 선배도 많으셨기에 결국 저도 모교에서 공부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그렇게 박사과정을 다니던 도중 전문대학의 초빙 교수로 1년 정도 근무하게 되었고 이제 논문을 써야 하는데 전문대학에서 근무하면서 논문을 쓸 만한 여건이 안 됐습니다. 그때 마침 농생명과학공동기기원(NICEM)에서 토양오염분석사업단 설립을 기획하고 있었고 제가 그 과정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박사 학위 논문 실험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제공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어떻게 하다 보니 토양오염사업단장으로 계속 일을 하게 되고 이후 센터장도 역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는 학·석·박사 학위, 아내, 직장 모두 서울대학교에서 제공 받은 사람이어서 애교심을 갖지 않으면 안될 것 같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는 무엇인가요?

A. 토양학 연구실의 큰 연구 주제는 토양 건강성(Soil health) 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세부 연구 내용과 함께 장기적 연구 목표로는 토양 건강성을 (1) 지속 가능 식량 생산성 (2) 토양 오염물질 위해도 관리 (3) 기후변화 기여도 측면으로 구분하고 이를 반영한 토양 등급 분류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토양 건강성을 기반으로 한 전 지구적 토양 관리 체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위하여 관련 분야 다양한 국내외 전문가들과 함께 고민하고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공동 연구를 적극적으로 수행하고자 합니다.
또한 토양 분야에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진로를 선택해야만 구상하고 있는 연구 목적도 실현 가능하고, 우리 미래의 토양 건강성도 지속 가능해 질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하여 지속적인 노력을 할 생각입니다.

Q. 서울대학교 농생대 학부생들이나 응용생명화학 전공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실까요?

A. 무엇인가 하고자 한 일이 있다면 너무 재지 말고 그 결과나 성과가 바로 오지 않더라도 꾸준히 했으면 합니다. 진정으로 자신이 영혼을 바쳐 한 일이 있다면 그로 인해 무엇이든 얻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당장 본인이 원한 형태가 아니고 다른 무엇이더라도 길게 보면 자신의 인생에 반드시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는 학부 재학 시절 농대 동아리 Sand Pebbles 18대 Vocal로 활동했고 19대 매니저 역할을 하면서 후배들 연습과 학내 외 공연 등 행사를 챙기는 일을 했습니다. 지나고 보면 매일 진행된 연습과 각종 공연 준비 과정에서 선∙후배 간에 소통하고 조율하는 방법을 배웠고 팀워크의 중요성도 저절로 체득한 것 같습니다. 무슨 밴드 동아리에서 소통과 팀워크일까 하시겠지만 한 곡의 연주가 완성되고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은 소통과 원만한 팀워크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는 사회생활 심지어는 연구 활동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현대 과학에서 훌륭한 연구 성과를 혼자 일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제가 지난 23년간 NICEM 연구원들과 함께 이룬 성과가 있다면 그것은 환상적인 팀워크에서 근간한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물론 동아리 활동 당시에는 자랑스럽지 않은 학점이 저에게 돌아온 직접적인 형태의 성과물이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주변 사람과 같이 일을 도모하고 이룰 수 있는 역량을 저에게 선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SNU CA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