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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산림환경학전공 한희 신임교수 인터뷰

2023-01-27l 조회수 1525




산림과학부 산림환경학전공 한희 신임교수 인터뷰

16기 서주형, 18기 조희연


“저는 굉장히 어려운 주제로 연구를 다시 시도할 때, ‘또다시 실패할 수 있어. 그렇지만 의미 있는 시도일 거야.’ 하는 마음을 가져요. 어려움은 항상 있으니 어려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거죠. …그래서 연구가 어렵고 힘들고, 때로는 실패할 수도 있지만 그런데도 계속 도전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올해 9월에 산림과학부 산림환경학전공에 새로 부임한 한희 교수를 만나보았다. 한희 교수는 본교 산림과학부 산림환경학전공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미국 오리건주립대학에서 박사후과정을 마쳤다. 이후 국립산림과학원에서 5년간 임업 연구사로 근무하다가 본교 조교수로 부임하였다. 현재 산림경영학 연구실을 이끌며 학부생을 대상으로 산림자원경영학 및 실습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교수님의 전공 분야인 산림경영학을 소개해주세요.

산림경영학은 산림을 전반적으로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를 다루는 분야입니다. 산림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는 임업인과 산촌 주민 등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당면하는 각종 현장 문제를 해결해가는 전공이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산림경영학에서 연구하는 내용은 영역이 굉장히 넓고 변화무쌍합니다. 예를 들어, 나무의 벌채 시기와 수확 방법과 같이 경제성이나 환경과 관련한 문제를 산림경영학에서 다뤄요. 산림은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데, 모델을 설계해서 산림의 탄소 흡수량을 예측하거나 평가하기도 하죠. 또, 임업인들이 임산물을 재배, 유통, 판매하는 활동도 산림경영학의 한 분야에 속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많은 사람이 휴양 목적으로 산을 찾고 있죠. 산림 휴양과 관련한 주제도 산림경영학의 또 하나의 주제라고 할 수 있어요. 간단히 정리하자면 사회가 원하는 방향으로 산림을 관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전공이라고 할 수 있어요.

산림경영학의 관점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산림과 관련된 전반적인 내용을 폭넓게 알고 있어야 합니다. 조림학, 생태학, 수목생리학, 야생동물학, 산림재해방재학, 산림경관보전계획 등 전공 지식을 두루 섭렵하여 공부해야 하는 영역이기도 하죠. 그래서 제가 가르치는 산림자원경영학 및 실습 과목도 4학년을 대상으로 한 수업이에요. 다른 전공 교과목들을 듣고 전공 지식을 충분히 쌓은 후에, 이 수업에서 전공 지식을 바탕으로 산림과 관련된 문제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해결하는 내용을 배울 수 있어요.

-주요 연구 분야인 산림경영 목표에 따른 계량적 분석, 산림시업효과 모델링, 산림작업시스템 분석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먼저, 산림경영 목표에 따른 계량적 분석은 경영 목표에 맞게 산림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산림 시업의 시기 및 방법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우리가 숲의 휴양 가치를 높이고자 하거나 탄소 흡수를 많이 하는 숲을 만들고자 하면, 먼저 정량적인 평가를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평가 요인을 정해야 해요. 휴양 가치가 높은 숲을 만들겠다는 건 하나의 경영 목표가 되고, 이 경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계량적인 분석이 필요한 거죠. 숲의 휴양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요인을 찾아내고, 이 요인들을 증진해 휴양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활동을 찾아내는 거죠. 산을 가꾸는 여러 활동을 통틀어서 산림 시업(prescription)이라고 합니다. 산림 시업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숲가꾸기예요. 나무가 자라면서 공간이 비좁아져서 경쟁이 심화하는데, 숲가꾸기의 일종인 솎아주기를 해주면 나무의 생장을 위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되죠. 현장에서 산림 시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경영 목표에 맞게 산림 시업을 시행할 시기, 방법 및 그 정도를 정량적으로 밝혀내야 합니다. 이처럼 산림경영 목표와 관련된 요인의 가치를 평가할 방법을 결정하고, 평가하고, 그 결과를 산림 시업과 연계하여 바라보는 연구를 주로 하고 있어요.

두 번째로는 산림 시업의 효과 모델링입니다. 앞서 얘기했듯이, 결과적으로 현장에서 하는 것은 산림 시업이에요. 숲 가꾸기, 가지치기, 풀 베기 등과 같은 시업의 효과를 알아내기 위한 정량적 모델을 만들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경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숲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분석하는 거죠. 간단한 예를 들어서 말씀을 드릴게요. 조림한지 20년 된 숲에 강도 30% 정도의 솎아베기를 한다고 해봅시다. 30%의 강도는 현재 수목의 밀도를 30% 낮춰주는 것을 의미해요. 그러면 강도가 30%일 때와 40%일 때, 50%일 때는 나무들이 반응하는 정도가 다릅니다. 또 이번엔 강도를 동일하게 하더라도 나무가 20년 생일 때 솎아베는 것과 30년 생일 때 솎아베는 건 다른 효과를 만들 수 있겠죠. 모델링을 통해 언제, 어떻게 시업을 했을 때 어떤 생물적 영향이 있는지 밝혀내는 것이 산림경영의 관점에서는 중요한 정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산림 작업 시스템 분석입니다. 앞서 모델링을 통해 시업의 효과는 밝혀냈어요. 이제 현장에서는 시업을 얼마나 비용 효율적으로 하느냐 하는 문제가 남아있죠. 제한된 예산 안에서 경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비용을 어떻게 분배하는지가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때 작업 시스템에 대한 분석이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여줄 수 있겠죠. 결국, 지금 말씀드렸던 연구 분야들이 다 연계되어 있어요. 여러 분야를 다룰 수 있어야 산림경영자로서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거죠.

-전공 및 연구 분야를 어떤 계기로 선택하게 되셨나요?

저는 2007년 즈음에 학부를 졸업했어요. 그때 같이 공부했던 동기들은 대부분 좋은 기업에 취직했고, 저도 취업 준비를 했으면 회사에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런데 문득 기업에 가면 나름대로 풍족한 삶을 살 수 있겠지만, 인생이 짧은데 제 에너지와 젊음을 한 기업의 이익을 위해 쓰는 게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좀 더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보람만을 찾아서 봉사활동을 하기에는 마음의 결심이 서지 않았어요. 전문적인 일을 하면서 세상에 보탬이 되는 게 뭐가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처음부터 산림 전공에 대한 큰 포부를 갖고 입학한 것은 아니에요. 그래서 학부 때는 오히려 전공에 관심이 적었던 것 같아요.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하면서 마침 전공에서 환경을 다루니까 계속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어요. 현장에서 사람들과 부딪혀가며 삶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문제를 해결해가는 산림경영학이 제게 의미 있겠다고 생각했고요. 대학교수나 연구원이 되겠다는 취업에 대한 목표가 있지는 않았어요. 다만 전문가로서 세상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는 제가 하는 산림경영학을 열심히 공부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취업이 잘 풀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운도 많이 따랐고요.

-연구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연구를 소개해주세요.

미국에서 박사후과정을 마치고 국립산림과학원에 연구직 공무원으로 입사한 것은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연구직 공무원들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기후변화 협상과 같은 국제회의에 정부 대표로 참석해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어요. 민간 영역에 있는 연구자는 협상에 참여할 수 있지만,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는 없거든요. 저는 몬트리올 프로세스라는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칠레 등 온·한대 산림을 가진 전세계 12개국으로 구성된 국가 간 협의체에서 우리나라 대표로 참여했죠. 여러 나라의 대표들과 산림을 어떻게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관리할 것인지 논의하면서 큰 보람을 느꼈어요. 제가 정부 기관에서 일했기 때문에 이런 일을 경험할 수 있었죠.

또, 제 연구가 산림청의 정책에 직접적으로 반영될 때 정말 보람을 느꼈어요. 처음 대학원에 들어올 때 세운 목표가 실현된 거예요. 여러분들이 진로를 정할 때도 인생의 의미를 찾는 게 참 중요할 거예요. 어떤 사람들은 인생의 의미가 돈을 버는 것일 수 있고, 어떤 사람들은 남을 도우면서 본인의 뜻을 찾아가는 사람도 있을 테죠. 산림, 더 넓게 보면 농업은 자신의 전문성을 살리면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전공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면에서 후배들이 전공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면 좋겠어요.

-반대로, 연구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으셨나요?

연구하면서 사람을 만나는 것도 어렵고, 기대했던 결과가 안 나오는 경우도 많고, 또 연구가 잘 될 것 같은데 안 되면 정말 좌절할 때도 있죠. 연구라는 게 실패를 거듭하면서 조금씩 발전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어려운 주제로 연구를 할 때, ‘또다시 실패할 수 있어. 그렇지만 의미 있는 시도일 거야.’ 하는 마음을 가져요. 어려움은 항상 있으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거죠.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거예요. 쉽게 해결되는 문제면 사람들과 대화해서 해결하면 돼요. 그런데 굉장히 복잡한 문제이니까 저처럼 전문적인 연구자들이 그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고민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연구가 어렵고 힘들고, 때로는 실패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계속 도전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번 학기에 산림자원경영학 및 실습을 가르치고 계시는데, 수업방식이나 강의 내용을 결정할 때 중점적으로 고려하신 부분이 있으신가요?

학생들이 이 수업을 들으면서 산림경영학이 무엇을 하는 학문인지 알아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산림경영학이 무엇이고 어떤 일을 하는지 이해한다면 몇몇 학생은 산림경영학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고요. 더 공부해보고 싶다고 느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궁극적으로 저처럼 학교에 있는 교원들은 연구와 교육을 해야 하잖아요. 연구뿐만 아니라 교육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교육을 통해 많은 연구자를 배출해서 사회에서 기여할 수 있고, 우리 분야의 경쟁력이 살아나니까요. 내용이 좀 어려워서 학생들의 눈빛을 보면 제가 잘하고 있는 건지 고민이 될 때도 있고, 수업하는 것은 처음이니까 시행착오가 있죠. 학기가 끝나면 강의 평가도 보고, 나중에 이 수업을 들은 학생들의 모습도 보면서 수업의 내용이나 수준을 조정해야겠죠. 제가 현재 지향하고 있는 수업의 모습은 알맹이가 있는 수업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3시간 강의를 위해 3, 4일을 수업준비를 하는데 쏟고 있어요. 학생들에게 핵심적인 알맹이를 알려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간을 들여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학기에 새로 부임하셔서 서울대학교 산림환경과학부 산림환경학전공 교수님으로 첫 학기를 보내고 계시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서울대학교의 교수가 되어 일한다는 게 개인적으로 영광스럽고 기쁜 일이죠. 저희 부모님과 주위 분들도 다들 축하해주셨어요. 임용이 결정됐을 때, 기쁜 마음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고 걱정도 되더라고요. 긍정적인 스트레스라고 생각해요. 방만해지지 않고 제가 정년으로 퇴임하는 날까지 저를 계속 채찍질하는 좋은 동기가 될 것 같아요. 제가 9월 1일 자로 발령을 받고 나서 9월 2일에 정년 퇴임식이 있었어요. 두 분의 교수님이 퇴임하셨는데, 한 분께서 “이제 좀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다”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 말씀이 되게 와닿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저는 이제 그 무거운 짐을 이어받은 거죠. 물론 그 교수님이 제 은사님은 아니셨지만, 은사님이 갖고 계셨던 짐을 제가 이어받았다고 생각하고 책임감을 느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서울대의 교원으로서 우리나라에 좋은 영향을 미치려면 적어도 제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에서 무거운 마음으로 연구와 교육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의 계획이나 포부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제가 잘 지도해서 좋은 학생들을 많이 배출하고, 그래서 그 학생들이 사회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하나의 목표이고요. 연구 측면에서는 앞서 설명한 영역들에서 괄목한 만한 성과를 내서 우리 대학이 이 분야를 선도하고, 국가의 미래를 이끌어나가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제가 학교 다닐 때는 학생회관 벽면에 “누군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라는 문구가 있었어요. 제가 그 문구를 보고 영감을 받은 것 같아요. 제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건 아니고요, ’그래 내가 저런 마음으로 연구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도 그런 마음이에요. 이런 마음가짐으로 앞으로 제가 맡은 일들을 해나가야겠죠.

-농생대 또는 산림환경학전공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농생대 후배들에게 자부심을 가지라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저도 진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지나고 보면 각자의 영역이 있더라고요. 그 영역에서 각자 나름대로 역할을 하면 그 자체로 굉장히 소중하고 의미가 있는 삶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네요. 예전에 누군가 저한테 이런 질문을 했었어요. 다시 돌아가도 그 전공을 택하겠느냐고요. 그래서 저는 다시 태어나도 반드시 이 전공을 하겠다고는 못했지만, 적어도 다시 학부생으로 돌아가 전공을 선택한다면 전보다는 훨씬 편안한 마음으로 이 전공을 선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시행착오도 겪어보고 장단점을 두루두루 경험하면서 지금 이 자리까지 왔으니까요.
각자의 영역에서 본인의 전공을 열심히 탐색해보고 또 고민도 해보는 경험이 필요할 거예요. 저도 여러분을 잘 가르쳐야 한다는 책임이 있겠죠. 앞으로 농업의 역할은 계속해서 커질 테고, 우리 임업을 포함해서 농업은 상당히 전망이 밝다고 봐요. 대학에서 열심히 해보고, 이런 경험들이 발판으로 삼아서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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