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CALS소식
- 주요뉴스
주요뉴스
[연구] 지역시스템공학전공 김연욱 신임교수 인터뷰
서울대학교 지역시스템공학 전공에 새로 부임한 김연욱 교수를 인터뷰해보았다. 농업 및 지역 시스템 분야가 첨단 기술과 융합하며 주목을 받는 현 시점에서 김연욱 교수의 주요 연구 분야와 영향뿐 아니라 학생들을 향한 따뜻한 조언까지 들어볼 수 있었다.
1. 소개
안녕하세요. 지역시스템공학 전공에 새로 부임하게 된 김연욱입니다. 저는 서울대학교 작물생명과학 전공에서 기후변화가 작물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며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후에는 독일 라이프니츠 농업경관연구소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극한기상에 대한 농업시스템의 취약성과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연구를 수행해 왔습니다. 감사하게도 이번 학기부터 서울대학교 지역시스템공학 전공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2. 주요 연구 분야 “농업기상재해”
제가 주목하는 분야는 농업기상재해입니다. 기후변화가 진행되면서 폭염, 가뭄, 홍수와 같은 극한기상이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그 강도 또한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농업부문에서의 피해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농업기상재해의 위험성을 체계적으로 평가할 방법이 매우 미흡하다는 점이며, 그 결과 효과적인 대응책 마련도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AI와 빅데이터가 이 부분에서 활용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에 발생할 재해의 양상과 강도는 현재와 크게 다를 수 있고, 이에 대한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현 시점의 데이터만으로 학습된 AI 모델을 기반으로 한 평가에는 본질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극한기상을 재현하는 현장실험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다만, 현장실험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므로 AI 학습을 위한 방대한 규모의 빅데이터를 구축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제한된 실험 자료를 활용해 과정기반 모델을 개선하고, 이를 AI 모델과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접근법을 마련하는 것이 아직까지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언젠가 AI 로봇이 모든 실험을 대신해 줄 수 있게 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요.
3. 현재의 연구 분야를 선택하게 된 계기 “감자 실험 중 맞닥뜨린 극한기상”
학위과정 중 기후변화가 감자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포장실험을 수행하던 중, 시간당 100mm가 넘는 집중호우로 인해 정성스럽게 재배하던 감자가 모두 도복되어 실험 전체를 포기해야 했던 아픈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 사건을 통해 기후변화의 영향을 평가할 때 평균기온의 1-2도 상승하는 점진적 변화도 중요하지만, 극한기상이 농작물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미래에는 그 양상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살펴보는 것이 조금 더 농업현장에 가까운 문제라고 느꼈고, 그 이후부터 농업기상재해 연구에 조금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때의 경험 때문인지 학생 시절에는 주로 고온으로 인한 피해를 연구했지만, 지금은 홍수로 인한 침수해나 습해와 가뭄으로 인한 한발해 등 수재해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4. 기억에 남는 연구 “농민들과의 신뢰가 중요”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는 농민들과 함께 기후위기를 평가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한 연구입니다. 이전까지는 연구그룹 내에서 연구자의 시각으로만 기후위기를 바라봤다면, 이 연구를 통해서 농업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으며 농민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위기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와 기술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농민들은 점진적인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파종 시기를 조금씩 조정하는 등 나름대로 잘 적응하고 있지만, 갑작스러운 가뭄이나 홍수에 대비하기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이에 대해 농민들은 기상예보를 기반으로 한 신뢰할 수 있는 의사결정 도구 등이 필요하다고 말씀해 주셨고, 현재 이를 주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농민들과 환경친화적 농업기술에 대해 논의하면서, 정책결정자나 연구자들이 확대하고 싶어하는 탄소배출 저감기술을 현장에 적용할 때 농민들이 겪는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농민분들에게는 해당 기술의 환경적 이점을 정량적으로 전달하며 서로 간의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있었는데, 이러한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만 탄소중립 농업기술이 현장에 빠르게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5. 연구 분야가 우리 사회나 산업 현장에 가져올 긍정적인 변화 “사전 평가를 통한 피해 저감”
새로운 기술을 농업현장에 적용할 때 생길 수 있는 기상재해 위험을 사전에 평가하여, 불필요한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쌀 수급 조절을 위해 논에서 밭작물 재배를 권장하고 있고, 이로 인해 침수해 및 습해 위험이 커지는데, 이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안 되고 있고, 그 결과 많은 농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고, 정부 차원에서도 보상금으로 불필요한 지출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을 미리 평가한다면, 기술 도입을 잠시 미루거나 대응책을 사전에 세워서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외에도, 정부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여러 농업기술을 확대 보급하려는데, 이때도 위험요소를 미리 평가하고 관리하여, 환경은 물론 사회경제적으로도 지속가능한 농업시스템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아프리카 같은 개발도상국의 영세농들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연구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기상재해로 인한 생물리적 위험을 평가하고 이를 경제적 측면과 연결해서, 여러 농업재해보험을 평가하는 연구도 해왔는데요, 앞으로도 이런 연구를 통해 전 세계의 빈곤율을 낮추는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이런 연구를 국내에도 적용하여 농업재해보험의 효율성과 효용성을 높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6. 학부생(혹은 대학원생)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융복합적 시각을 기르는 것”
융복합 역량을 키워 농업현장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기여하기를 바랍니다. 연구를 하다보면 내가 하는 연구의 한계점이 보일 때가 많이 있습니다. 저는 특히 농민분들과 이야기할 때 이런 점을 가장 많이 느끼는데, 현장에서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다른 분야의 연구자분들과 협업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학제 간 연구라는게 말은 쉽지만, 서로 사용하는 용어조차 다른 경우가 많아서 쉽지 않더라구요. 저는 첫 1년 동안 연구는 진행되지 않고 서로 토론만 하며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있습니다.저는 이러한 것들을 이제야 배우는 중이지만, 학생분들은 더 빨리 경험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관심 있는 분야를 찾아가고 어느 정도 마음이 섰다면 그것에 완전히 집중해 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사실 학부생 때 방황을 많이 했습니다. 학사경고를 두 번이나 받을 정도로 학교생활을 잘하지 못했습니다. 3학년에 들어와 연구실 배정을 받게 되고, 연구실에 잠깐씩 나가게 되었는데, 수업에서 강의 듣는 것보다 논밭에서 실험하는 것이 더 재밌더라고요.
실험실 생활 처음부터 연구에 엄청난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었지만, 연구를 집중하다 보니 관심이 커지고, 그러다 보니 더 집중하게 되는 선순환이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점은 꼭 연구가 아니더라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7. 스트레스 해소법
스트레스 해소하는 방법은 계속 바뀌는 것 같습니다. 학부생 시절에는 리그오브레전드 같은 게임을 많이 했었습니다. 대학원생 때는 하던 연구가 재밌기도 했고, 지도교수님이 서포트를 많이 해주셔서, 연구실에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또 연구하면서 스트레스가 풀리기도 했던 것 같아, 연구가 일이자 취미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지금도 비슷한데, 연구 외에 뭔가 다른 게 있기는 해야 할 것 같아서, 새로운 취미를 찾고 있습니다.
8.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한 마디
마지막으로, 농업생명과학은 단순한 식량 생산을 넘어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책임지는 분야입니다. 학생 여러분은 이러한 중요한 가치를 실현해 나갈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계시니, 열정을 가지고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농생대의 모든 교수님과 직원분들이 여러분의 성장을 위해 아낌없는 응원과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시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대화를 통해 농업과 지역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함께 나눌 수 있었다. 김연욱 교수의 이야기는 단순히 기후변화 대응이나 농업기술의 발전에 관한 담론을 넘어, 농업 현장을 지탱하는 농민들과의 신뢰를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앞으로 김연욱 교수를 비롯하여 많은 연구진들이 이끌어갈 교육과 연구가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든든한 길잡이가 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