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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최영찬 퇴임교수님 인터뷰
농경제사회학부 지역정보전공 교수로 재직하시다 22년 8월 31일자로 정년퇴직을 맞으신 최영찬 교수님을 인터뷰하였다. 최영찬 교수님께서는 본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농촌지도전공 77학번으로 입학하셨다. 1984년부터 7년간 미시간 주립대에서 농업 경제학 석사, 박사 과정을 밟으시고. 이후 바로 노스다코타 주립대학에서 연구교수로서 미국 농무부의 연구를 진행하셨다. 1993년에 다시 서울대로 돌아와 농촌사회교육전공의 조교수로 부임하신 후, 1997년 학부 개편 이후 농경제사회학부 지역정보학전공 조교수, 부교수, 교수로 재직하시고, 올해 8월에 정년퇴직하셨다. 인생의 절반을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에서 보내시면서 우리나라 농업의 데이터 기반 정보화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현장을 뛰어온 최영찬 교수님을 만나 뵈었다.
Q. 교수님께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와 강의를 진행해오셨나요?
A. 미국대학에서 석박사학위를 하고 연구교수로 근무하는 동안은 주로 농산물시장 예측과 농가 재정 관리를 위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개발하였습니다. 또한, 노스다코타 대학에서는 노스다코타주의 중요한 농산물인 드럼 밀(Triticum durum)을 포함한 밀 시장을 분석·예측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그리고 전산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농장들의 경영성적을 비교·분석하면서, 데이터에 기반한 농업경영과 유통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으로 돌아온 후에는 ‘농업정보체계론’ 강의를 개설하였습니다. 이 강의에서는 미국 농업의 정보화를 소개하고, 농식품 산업 정보화의 이론적 기반과 방향을 제시하였습니다.
또, 농장관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였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농장경영을 위해 컴퓨터를 소유한 농장이 거의 없었습니다. 데이터 기반 농업을 발달시키고자 우리가 먼저 농가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많이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양돈농장관리를 위한 피그플랜을 시작으로 한우, 낙농가, 산란계농가, 육계농가, 과수농가 등을 관리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였습니다. 양돈농장에서 언제까지 계속해서 새끼를 기를지, 언제쯤 도축하는 것이 비용이 적게 들고 수익이 많이 나오는지 생산성을 비교·분석하고 관리하여 농가의 생산과 경영을 함께 다룰 수 있는 피그플랜은 도드람, 포크벨리 등의 주요 양돈조합과 CJ사료에서 채택하였고, 많은 농장에서 사용되어 생산성을 20% 이상 향상하는 성과를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이후 산지유통센터와 영농법인 등 농업 경영체의 업무관리를 위한 ERP(전사적 지원관리시스템)를 개발, 보급하여 산지 유통과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KG farm(경기 사이버 장터)등의 농축산물 쇼핑몰을 구축하여 농식품의 전자상거래를 시작하였습니다.
지금이야 많은 농가들이 농장관리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지만, 당시 농가들이 대부분 컴퓨터를 모르던 시절에 농업 정보화를 위해 직접 농가를 다니며 프로그램을 알리고 교육하는 일이 많이 힘들었습니다. 이제는 대학원 졸업생들이 중심이 되어 스마트 농업 플랫폼 개발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농을 설립하여 스마트 농업을 위한 기술개발을 선도하는 등 농식품 산업의 정보화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Q. 농생대에서 재직하시는 동안 가장 인상깊었던 일은 무엇인가요?
A. 급격하게 바뀌는 우리나라 농업에 대응하는 현장 농민들의 노력과 농생대 선배님들의 현장 지도력에 감명받았습니다. 농산물시장이 개방되고 대형유통·외식업체들이 주도하는 농식품시장의 변화속에서 농민들이 협력하여 산지 조직화·규모화를 통해 비용을 줄이고 시장경쟁력을 키워내는 것을 보았습니다. 우리 농대 선배님들께서 이런 현장의 변화를 이끄신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1990년에 경기도 이천에서 양돈농가들이 모여 사료를 공동으로 구매하고, 공동 판매를 하는 ‘도드람’이라는 조합을 만들었습니다. 현재 도드람은 도축장, 사료공장, 식품회사, 육종회사, 연구소, 은행, 음식점 체인을 포함하는 대규모 양돈 조합으로 크게 성장하여 산지와 소비자의 직거래 유통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프로배구리그를 후원하여 “도드람 V리그‘로도 잘 알려졌지요. 농생대 66학번 故진길부 초대 조합장을 비롯한 선배님들이 무보수로 헌신적으로 노력하셔서 600여 조합원 농가들과 함께 도드람을 양돈산업 대표주자로 성장시켰습니다. 부경양돈, 제주양돈 등 협동조합들과 함께 농민들의 힘으로 양돈·돈육산업 선진화를 주도한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안성농협, 순천농협, 완주로컬푸드, 대구경북능금농협 등 지역과 품목을 대표하는 협동조합들이 많아지고, 시장의 유통구조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습니다. 우리 농민들도 결코 수동적이지 않고 필요하면 모여서 협동하고 유통구조의 변화에 함께 대처하여 농업의 희망을 보여주었습니다.
Q. 퇴임 후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A. 원래는 현장 일에 많이 참여하고, 주변 이웃에 관심을 가지려 하였습니다. 제자들이 이끌고 있는 ㈜지농에서 함께 연구하고 농가와 농식품기업들을 찾아 보려고 했습니다.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하고 싶어 관악뿌리재단의 고문도 맡았는데 신장병 투병으로 함께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 미안합니다. 투병 생활 때문에 원래 생각했던 것들을 많이 못하게 되어, 건강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 뒤늦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Q. 앞으로 서울대 농생대가 나아갔으면 하는 방향이 있으실까요?
A. 디지털 경제가 발전하고, 사회·경제구조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농업 경제도 데이터 기반 농업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또, 농촌 인구 감소, 고령화, 기후 변화, 병해충 피해 증가 등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들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문제를 예방, 해결하여 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늘리는 게 중요할 것입니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 기반의 생산과 유통기술로 생산성을 높이고 농산물의 품질을 향상하며 유통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네덜란드. 덴마크 등의 농업선진국들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모두 민간주도로 오랫동안 스마트팜의 구축에 필요한 기술과 인력을 축적해오며, IT 기업들과 농업 관련 산업의 융합을 통해 기술을 발전시키고 시장 확대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미 정보화, 디지털 경제, 빅데이터 부문에서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만큼 농업 데이터의 정보화와 자동화도 필요합니다. 더욱이, 농식품 산업은 세계적으로 시장규모에 있어서 IT산업, 자동차 산업을 뛰어넘는 주요 산업이고, 우리나라에서도 10년전 이미 농업생산 50조, 식품제조 75조, 외식 78조의 총생산으로 생산과 고용의 규모가 가장 큰 산업입니다. 이렇게 중요한 농업의 디지털 혁신을 위해서 이제는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이 생명과학과 더불어 정보화에도 관심을 크게 기울여야 할 때가 왔습니다. 인공지능과 기계학습 등의 데이터 사이언스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리고, 농식품 산업에 도움이 되는 응용학문과 연구를 중심으로 산업의 발전을 지원하여야 합니다. 기업에서 다룰 수 없는 부분들을 우리 농생대에서 연구하고, 좋은 인력을 많이 양성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데이터 기반 농업을 위해서는 여러 학문이 모두 필요한 만큼 다른 학문 영역과의 융합 연구에도 힘쓰면 좋겠습니다.
Q. 세계에서도 우리나라 농업만의 경쟁력을 갖추려면 어떤 접근이 필요할까요?
A. 농업생산 규모의 단순 확대보다는 생산·식품가공·유통·외식에 이르기까지 농식품산업 전체가 조화를 이루고 연관성이 커지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산업규모도 최적화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작정 농가의 규모와 생산성만을 키우려고 할 것이 아니라 품목에 맞는 유통과 산업 관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미국과 카나다 등에 비해 농지의 규모가 작음에도 덴마크, 네덜란드 등은 협동조합 중심의 가치사슬통합으로 양돈과 돈육산업의 데니쉬크라운, 화훼산업의 플로라 홀랜드를 세계 최고의 농식품기업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이들은 일찍이 농식품의 생산과 가공, 유통에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기술을 발전시켜 활용하였습니다. 우리도 이들처럼 협동조합기반의 농식품산업으로 생산·가공·유통의 경쟁력을 키워나가면 좋겠습니다. 노동력이 부족하고 농지의 규모가 작은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이들처럼 스마트팜 기술을 발전시키고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서울대 농생대를 구성하는 학생과 교직원에게 한마디 부탁합니다.
A. 학생들은 젊을 때부터 운동도 열심히 하고 좋아하는 공부와 일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보람있고 재밌겠다”하는 공부와 일을 하세요. 그를 위해서 건강도 신경쓰고 운동도 많이 하세요. 좋아하고 재밌는 일을 하다 보면 어려운 일들이 생겨도 해결하는 과정이 재미있을 것 입니다.(하하) 그러다 보면 좋은 인생을 살게 되고, 멋진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명박정부에서 서울대법인화를 밀어 붙일 때, 학생들, 직원들과 함께 모든 노력을 다하여 반대하였지만, 막지 못하고 법인화가 되었습니다. 비록 법인화를 막아내진 못했지만 우리대학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잘못된 결정에 함께 맞서준 교직원분들께 감사합니다. 서울대학교뿐만 아니라 나라의 미래를 위해 우리는 지방의 국립대학과도 협력하며 함께 가야 합니다. 지방이 소멸되지 않도록 우리가 먼저 협력적이어야 합니다. 국립대학들끼리 먼저 협력하고, 이후에 다른 대학들과도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교환교수와 교환학생제를 활용하여 서로의 대학에 없는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하며 다른 대학과의 벽을 없애고 우리가 가진 인적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함께 할 때 세계적인 대학들과 더 나은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교직원분들이 앞장서서 우리 대학과 나라를 위해 노력해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