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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생대 이야기
대학원생 인터뷰(작물분자유전학 연구실 임채명)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백남천 교수님 실험실의 박사과정생, 임채명입니다.
-작물분자유전학이 무엇이며 해당 연구실에서 어떤 연구를 진행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작물분자유전학은 작물에서 농업이나 학문에 유용한 유전자를 찾는 학문입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PCR같은 분자유전학적 방법을 통해 후보 유전자를 뽑아낸 뒤, 해당 유전자를 과발현 시키거나 아예 없애 만든 형질전환체에서 농업적으로 유용한 표현형이 나오는지 확인하고 그 표현형이 나오는 기작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가뭄 및 염 스트레스, 잎의 각도, 그리고 노화와 개화 시기 등에 관련한 유전자들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경기도의 한경대학교에서 학사를 졸업했습니다. 당시 지도교수님이셨던 유수철 교수님께서는 제게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를 더 해보라고 말씀 해주셨고, 저도 학문을 더 깊게 탐구하고 싶었습니다. 유수철 교수님은 현재 저의 지도교수님이신 백남천 교수님의 제자셨는데, 백남천 교수님이 정말 좋으신 분이고 연구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며 추천해주셔서 이 곳에서 석사 과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또, 제가 2017년에 몽골로 산림청 해외 인턴을 간 적이 있어요. 몽골은 국토의 80%가 사막이어서 조림 사업이 많이 시행되고 있었는데, 유전학적 기술을 통해 가뭄이나 척박한 땅에서 잘 적응하는 식물을 통해 몽골 녹화에 기여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한 후 학부 때와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시간이에요. 학부 때는 책을 읽고 싶으면 도서관에 가면 되고, 친구들과 놀고 싶으면 놀면 됐는데 대학원에 진학하고 한 달에 한 번 연구실적을 발표하는 랩미팅에 결과물을 내놓기 위한 시간 투자가 불가피하더라고요. 실험을 해도 실패하는 게 대부분이라 여러 번 다시 하다 보니 입학하고 박사 2년차 때까지는 하루에 13-15시간씩 실험실에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시간 때문인지 학부 때와 다르게 자유로움도 많이 사라졌고 하고 싶은 것에 제약이 많이 생겼습니다.
금전적인 부분도 달라진 점 중에 하나에요. 주변 친구들은 취직하거나 자기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수입이 안정되고 씀씀이가 커졌더라고요. 이런 점도 학부와 대학원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좋은 쪽으로 달라진 점은 논문을 읽고 새로운 지식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하나의 작물에서 정말 다양하고 세부적으로 연구가 진행되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그런 연구 주제들에 관심을 갖고 깊게 실험을 하는 논문 저자들도 대단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지금 계신 랩의 연구만 관심 있으신지, 전공의 다른 랩의 연구도 관심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아까 말했듯 저희 실험실은 유전자를 뽑아내서 유전자가 가진 본연의 기능을 연구하는데, 유전자 기능을 알아내려면 많은 실험과 연구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손으로만 하는게 아니라 컴퓨터로 빅데이터를 분석해 알아내기도 하는데 그런 기술을 배우고 싶습니다. 더 좋은 논문을 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실험들이 필요한데 제가 못하는 실험이 있으면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또, 식물의 유전자가 다양하고, 같은 기관이어도 연구가 세분화되어 있어서 저희 랩에서 연구하지 않는 표현형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면 더 연구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연구하고 싶은 주제가 있으시다면 소개해주세요.
현재 농업분야에서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벼의 경우, 효율적인 논물 관리가 온실가스 저감에 효과적일 것으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이에 간단관개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유전자원을 발견하고 관련된 품종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뿐만 아니라, 콩이나 옥수수, 사탕수수 같은 다른 작물도 연구하고 싶습니다.
-대학원 졸업 후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졸업 이후의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하지 못했습니다. 올해 초에는 취업으로 결정하고 고민을 끝내려고 했는데 교수님이 미국에 가서 더 공부해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연구 실적이 좋은 편이니, 미국에 가서 더 실적을 쌓으면 교수 임용에도 도전해볼 수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금전적으로도 취업을 하나 미국에 가나 비슷한 금액을 벌 수 있기에 미국에서 하고싶은 연구를 하는게 좋을 것 같더라구요. 일단 오늘은 미국으로 정해두었습니다. 날마다 매번 바뀌지만요. 미국에 가서 연구를 한다면 벼를 연구할지 다른 작물을 할 지, 어떤 표현형을 연구할 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대학원생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실험, 논문, 실험, 커피, 요즘은 운동까지가 제 하루입니다. 박사 2년차까지는 오전 9시에 하루를 시작해 밤 11시까지 실험하고 데이터 정리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제 데이터도 많이 쌓였고, 석사과정만 졸업한 부사수들이 남긴 데이터도 많이 쌓여서 논문 쓰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논문을 보면서 똑같은 결과를 가지고도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지 공부하고 있어요. 과거에는 실험 방법을 위주로 논문을 읽었다면 지금은 얻은 실험 결과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또 어떤 가능성을 제시하는지 discussion 위주로 보고있습니다.
연구적인 측면은 이렇고 제가 실험실 실장을 맡고 있어서 실험실 규율을 정하고 관리하고 있습니다. 또, 농장장도 맡고 있어서 수원 농장의 LMO field도 관리하고 있습니다. 농장 선생님들과 실험실의 일정을 조율해서 1년의 농사 일정을 관리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실험이 끝난 벼들을 다 베어서 정리하는 폐기물 작업을 함으로써 올 한 해도 이렇게 마무리가 됐네요.
-테니스 동아리를 하고 계신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대학원 진학 전에 동네에서 친구와 2:1로 테니스 레슨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하고는 바빠서 운동하기 힘들었기에 박사과정 수료하고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테니스 자체도 재밌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나눈 것도 좋았어요. 운동을 하니까 확실히 건강해지기도 하고요.
-대학원생의 삶이 굉장히 바쁜 것 같은데요, 인생의 소소한 낙이 궁금합니다.
이번 여름엔 밤에 늦게 퇴근하고 수박을 원없이 먹는게 소소한 낙이었어요. 요즘은 아이스크림을 먹는게 소소한 낙이에요. 지금 테니스와 헬스를 하는데 운동하면서 몸이 조금씩 변하는걸 보는 것도 좋아요. 어떤 짧은 구절을 읽었을 때 그게 인상깊게 다가오면 그때도 행복하더라고요. 종합해보니까 저는 시간이 없어서인지 단시간에 큰 행복을 느끼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학부생으로 돌아간다면 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만약 내가 고민중인 과거의 나를 본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신가요?
학부생으로 돌아간다면 뭐든 시도해볼 것 같습니다. 실행력이 부족했던 점이 아쉬워요. 그때 친구와 고구마 장사 계획을 세우고 고구마 가격도 알아보고 공수 방법도 알아봤는데 결국 실행을 못했던 점이 아쉬워요. 또 그땐 돈이 없더라도 시간은 많으니까 지하철만 타도 여행을 갈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한 점이 아쉬워요. 그 시간이 귀중하다는 걸 지나고 나서 깨닫게 돼서 과거로 돌아가면 망설일 바에 다 도전해봤을 것 같습니다.
과거의 저에게 일기를 쓰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20대를 열심히 살았기에 지금의 제가 있는 거지만, 그래도 가끔은 20대에 뭐 했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여행 가라, 집에만 있지 말아라, 하고 싶은 거 다하면서 능동적으로 삶을 살아가라고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대학원 진학에 뜻이 있는 농생대 학부생들이나 작물생명과학 전공 학부생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신중히 생각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하면, 특히 박사과정까지 수료하면 이 학문을 평생 업으로 살아야 하기에 정말 신중히 고민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들어왔으면 정말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고도 말하고 싶네요. 꼭 대학원에 들어오지 않더라도 학생들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항상 도전적으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