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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동물생명공학 전공 유경록 교수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선정 인터뷰

2024-01-09l 조회수 354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동물생명공학 전공 유경록 교수가 이끄는 동물세포공학 연구팀의 "유전자 편집 기술 활용 영장류 질병 모델 개발" 연구가 과학통신기술정보부가 발표한 2023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되었다.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정에서 동물생명공학전공 유경록 교수를 만나 연구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2023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되신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은 과학기술 전반에 걸쳐서 100개의 우수성과를 선정하고, 간단한 내용으로 정리해서 일반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사업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했던 연구가 100선 중 하나로 선발된 것이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고 도움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2019년도에 보건복지부 R&D 우수성과 30선에 선정된 경험이 있는데, 그때부터 질병 모델 개발 및 치료법 개발 연구를 꾸준히 계속해 온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신 것 같습니다.





Q. 이번에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된 "유전자 편집 기술 활용 영장류 질병 모델 개발" 연구에 대해 간단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이번에 선정된 “유전자 편집 기술 활용 영장류 질병 모델 개발” 연구는 영장류의 조혈모 줄기세포를 분리한 뒤 CRISPR/Cas9 기술을 통해 유전자를 편집하고, 골수에 이식하여 인간에게서 발견되는 질병을 영장류에서 발현시켜 그 특성을 연구하는 ‘질병 모델’ 개발하는 것에 대한 내용입니다. 저는 줄기세포, 특히 우리 몸속에 있는 모든 혈액세포와 면역세포를 만들어내는 조혈모 줄기세포를 연구해왔습니다. 인간의 질병을 이해하고 치료법을 찾는 과정에서 인간에게 직접 임상실험을 진행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아서 동물에 인간의 질병을 ‘모사’한 모델을 만들어서 전임상시험을 진행합니다. 이 실험에서는 질병 모델을 통해 질병에 대한 이해를 높여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는 수준까지 갈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특히 영장류는 인간과 조혈계, 면역계 특성이 비슷하다는 점에 주목하여 영장류 골수이식의 전임상적 특성을 연구해온 저의 연구 경험이 반영되었습니다.

이 연구의 타겟은 ‘클론성 조혈작용’이라고 하는 현상입니다. 이 현상에서 많이 발견되는 돌연변이 3가지, DNMT3A, TET2, ASXL1을 영장류 조혈모 줄기세포에 CRISPR Cas9 기법으로 전달하고 골수이식을 진행해 돌연변이를 보유한 질병 모델을 확립했습니다.





Q. 해당 연구 주제를 선정하신 배경은 무엇인가요?

A. 클론성 조혈작용은 2014년에 코호트(집단) 연구를 통해 최초로 보고된 현상으로, 노화에 따라 정상인의 혈액에 돌연변이가 생기고 축적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60세 이상 성인 10명 중 한 명이 이 작용을 가지고 있으며, 해당 작용이 일어나는 사람은 향후에 혈액암이나 심혈관계 질환 발병 가능성이 크므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클론성 조혈작용만으로는 임상 증상이 없기 때문에, 즉 질병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을 직접 치료하거나 골수 채취 등의 침습적 실험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인간과 가장 유사하다고 알려진 영장류의 클론성 조혈작용 모델을 만들어 인간 대신 해당 작용을 탐구할 수 있는 효과적 타겟 질병 실험 방법을 제시하였습니다.

또한, 국내에서는 조혈모 줄기세포 연구를 포함한 혈액학 연구에 관한 관심이 적고, 상대적으로 연구도 많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미국에서 혈액학 연구를 하던 와중에 클론성 조혈작용의 첫 보고를 들었는데, 저를 포함해 혈액학계 연구자들에게 이 현상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혈액 내 돌연변이가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닐텐데 인류는 클론성 조혈작용을 2014년도에야 처음 발견하였습니다. 이렇듯 이미 생체 내에 발생한 현상이지만 인간이 아직도 발견하거나 이해하지 못한 현상이 많을 것입니다. 2014년 클론성 조혈작용에 대한 첫 보고 이후, 저는 해당 분야를 제대로 연구하여 잠재적 현상들을 탐구하고자 빠르게 관련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Q. 연구 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있었나요?

A. 첫 번째로, 조혈모 줄기세포의 특성이 매우 미묘해서 유전자 편집 및 생착 작업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조혈모 줄기세포는 우리 몸에 이식해서 반영구적으로 살아갈 수 있어 줄기세포 능력이 매우 높지만, 조작에 조금의 실수라도 있다면 그 생착력(이식하고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잃습니다. CRISPR/Cas9으로 유전자 편집을 하기가 어렵다는 의미죠. DNA 일부를 자르고 조작한 뒤 생착까지 성공하는 조건을 만들고, 생착 효율을 높이는 작업이 어려웠습니다. 해당 작업 최적화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두 번째로, 영장류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 세팅에 제약이 있었습니다. 우선 영장류 대상 실험 자체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영장류는 30~40년을 살고 골수 채취 및 조작 시 사람에게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기구와 항체를 사용하는만큼 다른 동물에 비해 연구가 복잡합니다. 해당 부분은 영장류 연구의 역사가 깊은 미국과 공동연구를 진행하여 보완하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영장류 골수이식 연구 세팅이 어렵다는 점도 있습니다. 특히 2020년에 COVID-19이 발병하며 모든 영장류가 COVID-19 연구에 쓰였고, 한동안 영장류 수입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수급이 나아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측과 계속 논의하면서 국내에서 영장류를 대상으로 실험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Q. 실험에서는 보통 어떠한 조건의 영장류를 이용하나요?

​A. 이 실험에서는 보통 3~5살 정도의 청년기 영장류를 사용합니다. 클론성 조혈작용은 사람 나이로 60세 이상에서 10~20%의 작용을 보입니다. 영장류에서도 노화에 따라 해당 현상이 일어나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20세 이상의 고연령 영장류 50~60마리의 혈액을 모아서 확인해보기도 했는데요, 고연령 영장류에서도 인간과 유사하게 혈액에 돌연변이가 생기는 결과를 얻어 영장류에도 클론성 조혈작용이 나타난다는 것을 최초로 확인했습니다. 해당 결과는 영장류를 이용한 클론성 조혈작용 모델 제작의 의미를 더욱 배가시켜주었습니다.





Q. 현재 연구실에서 주로 연구하고 계시는 다른 주제들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A. 저는 말씀드린 것처럼 동물모델을 만드는 데에 관심이 있고, 제가 있는 동물생명공학전공에서 다루는 소, 돼지, 닭 같은 가축과 관련한 연구들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특히 소, 돼지, 닭의 장기를 체외에서 배양하는 오가노이드 연구에 관심이 있는데요, in vitro에서 체내 장기가 가진 특징을 최대한 모사하고, 해당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가축이 더 건강하고 잘 자랄 수 있는 방법을 영양학적, 생리학적, 질병 저항적 측면에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엑소좀’이라고 불리는 세포 외 소포체 연구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거의 모든 세포가 세포 바깥으로 자신과 유사한 성질을 가진 소낭, 즉, 엑소좀을 분비하는데요, 이 엑소좀 내에는 모세포가 갖는 성상을 나타내는 물질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밝혀져 최근 학계에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엑소좀의 기능은 1) 질병 진단과 2)줄기세포, 면역세포 엑소좀을 활용한 치료가 있습니다. 저는 이 중 치료 분야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줄기세포나 면역세포를 조작해 치료 효능을 높이고, 엑소좀 분비를 향상시켜서 질병을 치료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의 연구 방향이나 목표가 궁금합니다.

​A. 제 개인적으로는 ‘융합’이라는 키워드를 실질적으로 연구에 녹여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제가 계속 진행하는 혈액학 연구, 혈액학 연구에 수반되는 면역학 연구, 그리고 오가노이드, 엑소좀, CRISPR Cas9 등의 생명공학을 통합적으로 연구하여 융합적 개념의 기술을 구축하고 연구하는 것이 현재의 연구목표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성과들을 축적해서 사람과 환경, 동물이 조화를 이루어 건강을 추구하는 ‘원헬스’를 구현하는 플랫폼을 확립하는 것을 목표로 세우고 연구해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동물과 사람이 함께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드는 데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연구실에서 저의 지도를 받는 대학원생들이 좋은 연구자가 되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연구자의 조건에는 뛰어난 연구 테크닉은 물론이며, 기존의 연구를 객관적으로 정리하여 가설을 세우고 보완점을 찾아낼 수 있는 논리적 사고력이 요구됩니다. 그리고 연구 배경에 따라 또 자신의 연구색에 따라, 연구를 이어나가는 역량도 필수입니다. 물론 모든 과정에 완벽하기는 쉽지 않지만, 어느 한 영역에 치우치지 않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든 과정을 독립적으로 해내는 육각형 인재로 거듭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대학원생들이 이러한 과정을 거쳐 독립적으로 사고, 계획, 실행하는 연구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Q. 뛰어난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아 한국차세대과학기술한림원(Y-KAST)의 회원으로 선출되기도 하셨는데, 젊은 과학자로서 이루고 싶으신 목표가 있나요?

A. 우선 한국차세대과학기술한림원의 회원으로 선출해주신 점은 큰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젊은 과학자로서 이러한 명예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도 새로운 환경 혹은 새로운 기술에 적극적으로 도전할 것입니다. 이전에 제가 미국에 있을 때 미국 전역과 유럽에서 젊은 혈액학도 10명씩 모여 1년간 혈액학 연구를 심도 있게 논의하는 어워드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길다고 할 수 있는 1년의 기간 동안 치열한 연구가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했지만 이러한 경험처럼 새로운 배움의 기회에 자신을 적극적으로 던지면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컴포트존-편한 환경과 편한 사고-을 추구할 수 있는데 이 컴포트 존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일을 하려는 태도가 연구 면에서도, 개인적인 면에서도 발전을 이루는 핵심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새로움에 대한 적극적 추구를 평생의 삶의 태도로 가져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Q. 교수님과 같이 뛰어난 연구자를 목표로 하는 농생대 학생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개개인의 가치관도 달라지고 있는 만큼 서로에 대한 존중이 요구되는 시대입니다. 저도 변화에 맞추어 학생들의 가치관과 요구를 파악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학부 졸업 후 취업과 연구라는 진로가 있겠죠. 취업도 좋은 선택일 수 있지만, 연구자로 살아온 입장에서는 연구가 인간의 고차원적 욕구 충족에 매우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삶에서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기본적 욕구와 더불어 부가적인 욕구들이 만족 되어야 합니다. 그중에서 저는 ‘몰입하는 시간’에 대한 욕구도 포함된다고 봅니다. 특정한 분야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하고 몰입하는 과정이 우리 삶의 만족감을 주는 것이죠. 연구 과정에서의 몰입은 나 혼자만 몰입하는 것이 아니라 공통의 관심사를 지닌 선후배 연구자들과 함께 실험하고, 사고하는 과정입니다. 특히 앞선 선배 연구자들의 발자취를 따르며 생각의 폭을 넓히고, 자신이 새로운 발견을 통해 그 분야에서 족적을 남긴다면 그 기쁨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연구와 학문의 길, 지식에 몰입하는 시간의 중요성과 기쁨을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연구가 취업과 커리어의 수단이 될 수 있겠지만 물질적 욕구를 넘어서서 연구 자체에서 만족감을 얻는 삶은 여러분의 삶을 더욱 충만하게 만들리라 믿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으신 말씀 부탁드립니다.

A. 현재 우리 단대 학생부학장의 직책을 맡으며 교수로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학교의 이모저모를 알아가고 있습니다. 우선 최근에 만난 학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2009년도에 신입생으로 입학했다 실습 도중에 사고로 사망한 나형주 학생이 있습니다. 나형주 학생의 아버지께서는 이 사고가 많은 학생들과 교수님들에게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사망보험금을 장학금으로 기탁하셨고, 많은 학생들이 나형주 학생의 뜻을 이어받아 학교생활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최근 만나 뵈었을 때 14년이 지났음에도 마치 어제 일처럼 아들을 그리워하시는 마음을 공유해 주셨습니다. 학교의 교수자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 기사를 읽는 학생들도 나형주 학생을 기억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학교에는 교과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본부, 경력개발센터, 각 단과대학과 인권센터 등에서 다양한 비교과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비교과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알아보면서 새로운 사람과 지식을 접하는 것도 대학 생활에 활력을 줄 수 있으니 추천합니다. 다양한 경험은 삶을 살아가다가 대학 생활을 돌아보았을 때, 여러분을 변화시킨 계기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짧다면 짧은 4년의 시간 동안 자기계발을 계획하며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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