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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원예생명공학전공 안태인 신임교수 인터뷰
교수님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농림생물자원학부 신임교원 안태인입니다. 올해 9월에 손정익 교수님 후임으로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시설원예 및 식물공장 연구실을 운영하고 있고, 차세대 농업기술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식물생산기술의 고도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시설원예학이라는 분야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학부 때 식물생산자원 분야를 전공하면서 식물과 환경 사이의 상호작용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이 상호작용을 적극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식물 환경 조절 시스템이고 이게 생산 시스템으로서 구현된 게 시설원예와 식물공장입니다. 시설원예와 식물공장에 관련된 연구를 하는 랩을 찾다가 서울대학교 손정익 교수님이 운영하시던 랩이 제가 원하던 연구를 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저도 같이 연구를 하게 되었습니다.
시설원예학만의 매력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시설원예학의 가장 큰 매력은 식물의 재배 생리에 대한 이해를 공학적인 기술과 접목해 볼 수 있다는 점 같습니다. 식물 재배 생리의 원리를 바탕으로 도출된 기술적인 아이디어들이 실제 재배 현장에서 잘 구현됐을 때 굉장히 짜릿한 맛이 있습니다. 우리가 뭔가 개발한다고 했을 때 그 자체가 주는 매력이 또 있잖아요. 기본적으로 뭔가를 조합하고 융합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그런 매력이 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식물공장은 무엇이고 현대 농업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소개해 주세요.
식물공장은 식물에게 필수적인 환경요인들로 단순화된 재배조건에서 적극적인 환경 제어가 요구되는 식물생산 시스템입니다. 또한, LED와 같은 인공광을 사용해 빛까지 제어하는 만큼 외부 환경에 대한 폐쇄 수준이 높은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 농업에서의 역할은 아직 정착 과정에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어느 정도 정리되고 있는 역할론을 보면 식물공장은 완전히 폐쇄된 시스템인 만큼 안정생산이나 청정생산에 대한 부분이 있습니다. 예로서 식물공장 산업이 상대적으로 활성화되어 있는 일본의 경우, 자연재해와 같은 불안 요인이 생겼을 때 식물공장의 주년안정생산 기능에 대해 시장 관심도에서 크게 반응했던 사례가 있습니다. 또한, 사람들의 건강에 유익한 식물유래 천연물질들의 경우, 기존에는 물질이 추출 후 정제된 이후부터 공정 단계로 관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식물공장을 활용하면 공정 수준의 품질관리체계를 식물의 재배 단계까지 확장할 수 있게 됩니다.
연구하면서 힘드셨던 점 또는 어려웠던 과제가 있으실까요?
우리 분야 연구의 힘든 점은 연구실에서의 이론적 분석과 현장에서의 구현을 동시에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기기를 만들어서 그걸 구현하고 자동화하는데 이 과정이 생각보다 원활하지 않습니다. 이미 있는 제품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걸 만들어야 하기에 어려움이 더 큽니다. 예를 들면 관수 혹은 양분을 조절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자동 관수 장치를 만든다고 했을 때, 제작한 장치들이 실제 온실 실험 현장에서 오작동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현장에서 구현하는 건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의 영향이 크다는 어려움이 있고 연구실에서 이론적으로 분석하는 건 실제 현상을 반영하는 과정에서의 그 나름대로 어려움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해 온 연구 중 가장 보람을 느꼈던 연구를 소개해 주세요.
어려웠던 만큼 큰 보람을 느낀 연구인데, 제가 대학원에 처음 들어와서 맡은 순환식 수경재배 연구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수경재배는 물과 식물필수양분을 혼합하여 인공배지와 같은 제한된 식물 지하부 공간에 공급해주는 재배방식입니다. 뿌리 부분에 식물에게 필요한 필수적인 요소만 제공한 만큼 민감도가 높고 토경 조건과 비교해 식물 지하부가 외부 환경의 영향을 쉽게 받는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환경을 우리가 제어하기 용이하게 조성해 놓은 만큼, 식물이 양분과 수분을 흡수하거나 외부 환경의 영향에 의해 변화된 지하부 환경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이러한 수경재배 지하부의 환경변동을 배액을 배출해서 버리는 형태로 관리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식의 관리는 환경적으로도, 농가 경영비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어 양액을 재사용하는 순환식 수경재배 방식의 개발이 요구됐습니다. 그러나 기존 순환식 수경재배 연구들은 재배 작물, 환경 조건 등 여러 농가 조건에 보급 가능한 형태로 발전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관행의 배액 배출 방식을 대체할 만한 기술을 도출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계획했던 저희 연구실도 이론체계와 실증 시스템 구축에 시행착오가 많았고, 또한 그 당시 대상 작목으로 하였던 토마토, 파프리카와 같은 작물을 전체 생육단계에서 관리해본 경험도 부족하였기 때문에 연구 수행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연구가 기술과 결합해 시장에 보급돼야 한다고 생각했고, KIST에 박사후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연구를 이어갈 기회가 생겨 이 연구를 끝까지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현재 시장에 보급할 수 있는 기술 수준으로, 거의 베타 버전까지 완성했고 지금 실험 농가와 실증 농가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식물의 지하부에서는 12가지 이상의 필수 양분이 환경변화에 따라서 동시에 변동하는데 이러한 조건에서 양분 간의 균형을 관리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고 이를 현장에 적용했을 때 예상한 대로 작동하는 것을 보고 정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연구실에서 현재 연구하고 계신 주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아직은 연구실을 정비하는 과정에 있지만 앞으로 연구를 하고자 하는 주제는 대략 세 가지 방향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처음에 말씀드린 식물 생산 시스템의 고도화 연구입니다. 전통적으로 식물이 생육하는 적정 조건 등은 요인 실험을 통해 나타난 표현형의 변화 관찰과 통계적 분석을 통해 찾아냅니다. 그런데 식물의 내부에서는 매우 동적인 반응들이 일어납니다. 식물의 유전자부터 시작해서 단백질과 같은 내부적인 표현형과 식물 형태에 이르는 외부적인 표현형까지 긴말하게 연결된 네트워크의 연쇄 작용을 통해서 일어나는 겁니다. 그래서 식물 내부 시스템의 상호작용을 해석할 수 있게 되면 새로운 재배기술 영역을 탐구할 가능성이 생깁니다. 그리고 이런 상호작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식물, 환경 그리고 재배시스템 사이의 다이내믹스에 대해서 연구할 필요가 있고 저희는 이에 대한 분석과 최적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식물의 형태학적 표현형에 관련된 연구입니다. 저희는 식물의 형태를 3D 구조 데이터로 변환하여 입체 구조를 분석하는 체계를 수립하고 있습니다. 이후 식물 다이내믹스에 대해서 연구할 때 이 분야와의 연계를 통한 상생적인 해석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해당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딥러닝 기반의 식물 생산 기술 응용 연구입니다. 식물 생산 기술을 더 고도화하기 위해 강화 학습과 같은 딥러닝 기술을 이용하여 시스템 해석을 통한 새로운 가설 예측과 검증을 위한 연구를 같이 수행하고 있습니다.
학교 생활이나 수업과 관련해서 해 주실 말씀이나 어떤 재밌으셨던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수업은 평이하게 진행되고 있어서 재밌는 에피소드는 아직 없습니다. 다들 우수한 학생들이지만 어떻게 교육받는지에 따라 앞으로의 농산업 분야를 바라보는 관점과 차세대 농업 기술체제 개척을 위한 문제 해결 능력 등이 달라질 것이므로 강의를 통해 어떤 영감을 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많이 고민하고 있는데 아직은 좀 더 노력해야 하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재밌는 에피소드라면, 제가 연구실에 있었을 때 제 후배로 있었던 학생들이 지금 제자로 함께 한다는 것이 참 독특한 경험인 것 같습니다. 친한 후배들이었던 만큼 소통이 편하고 의견 교환도 자유롭게 이루어지고 있어, 연구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농생대 학부생들이나 원예생명공학 전공 학부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실까요?
농생대 학부생들과 원예생명공학 전공 학부생들에게 모두 해당하는 얘기인데, 현재 전 세계적으로 농산업에 ICT 기술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기술적인 융합을 이루고자 하는 시도가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과도기적인 상황에서는 시장도 혼란스럽고 연구자도 방향성을 딱 잡아서 가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지배적인 기술 설계를 제시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은 좋은 점인 것 같습니다. 농생대 학생들이 결국은 농업 시스템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현장이나 관련된 산업에 나가게 될 텐데, 거기서는 농업을 전공한 대학생들이 기술 개발에 있어 적절한 문제를 정의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을 겁니다. 농업 시스템이라는 게 재배자, 재배 기술, 생산 시스템 등이 다 같이 어우러져서 이루어지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여기서 유의미한 솔루션을 도출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농업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마인드셋을 갖춘 농생대의 인재들이 산업에 나가게 되면 확실히 차별성 있는 인재가 될거로 생각합니다. 이런 과도기적인 상황에서 어떤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고 농생대 학생들이야말로 그런 역할을 하기에 적합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막 부임하신지 한 달 정도 되었는데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으시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방금 한 얘기들이 학부생들한테 한 말이기도 하지만 저에게도 해당하는 말입니다. 시설원예 및 식물공장 연구는 산업이 없이는 존재하기 어려운 분야입니다. 식물 재배생리에 대한 연구와 기술 개발로 이어지는 좋은 선순환 구조가 있어야 우리나라의 차세대 농산업도 방향성을 잡고 나아갈 수 있기 때문에 산업에 좋은 영감을 줄 수 있는 개척자적인 기술 또는 그 체계를 설계하고 공급해야겠다는 사명감을 느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