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준 교수 미국 서부지역학회 회장 당선 관련 인터뷰
서울대학교 김의준 교수, WRSA 회장으로 선출되다 –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는 학문, 그 중심에서 포용성과 실용성을 말하다”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농경제사회학부 김의준 교수가 미국 서부지역과학회(WRSA, Western Regional Science Association)의 회장으로 선출됐다. 1991년 박사과정 중 처음 학회에 참석한 이후 30여 년간 활동을 이어온 김 교수는, 한국인으로는 드물게 미국 중심 학회의 수장을 맡게 되며 국제 학술 네트워크에서의 위상을 높였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WRSA의 성격과 가치, 앞으로의 비전, 그리고 지역경제학의 사회적 의의까지 폭넓은 대화를 나눴다.“지역은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그 흐름을 분석하고 조율하는 것이 지역학의 본질입니다.” WRSA는 미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눈 지역학회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고 영향력 있는 학회다. 김 교수는 “도시와 농촌, 중심과 주변, 사라지는 지역과 부상하는 지역의 문제를 사회과학적 방식으로 분석하는 것이 지역학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수도권·비수도권 갈등부터 자카르타의 침수 위기까지, 지역학은 전 세계 도시가 당면한 위기와 불균형을 해석하고 해결하는 실용 학문이라는 것이다.WRSA 회장으로서의 책임과 포용의 리더십 김 교수는 이번 회장 선출이 개인적으로는 큰 영광이자 학문적 성장의 결실이라고 전했다. 특히 “미국 중심의 학회에서 한국인이 회장으로 선출된 것은 그 자체로 학회의 개방성과 다양성을 상징한다”며, 포용적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다음 부회장으로 여성 학자가 선출될 예정”이라며, 성별, 국적, 학문적 배경을 넘어선 다양성 확보가 학회 운영의 중요한 축임을 밝혔다.“지역문제는 국경을 넘습니다. 하지만 접근법은 데이터와 현실에 기반해야 합니다.” 지역경제학과 도시경제학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김 교수는 “도시경제는 주택시장처럼 도시에 집중된 문제를 다루고, 지역경제는 더 넓은 관점에서 지역 간 격차와 쇠퇴, 개발을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의 지방소멸, 고령화, 기후위기 등의 문제는 지역학이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또한, “한국은 상대적으로 정제된 데이터와 뛰어난 계량분석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국제 비교 연구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인종, 종교 등 서구 지역이 직면한 미시적 갈등 구조는 한국과 달라, 연구 의제 설정에 있어서 문화적 장벽도 존재한다”고 말했다.WRSA의 역할: 연구와 지원,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한 재단 설립 김 교수는 WRSA 회장직뿐 아니라 앞서 Annals of Regional Science의 아시아 대표 편집장을 역임하며 학술 저널의 방향성을 제시해왔다. 편집장 시절, 동북아시아의 동태적 성장에 대한 기획 논문을 이끈 경험은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최근에는 WRSA 산하 재단을 설립해 대학원생의 학회 참여를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91년에 처음 학회를 방문했을 땐 항공권은 물론 숙박비도 감당하기 어려웠다. 지금은 재단을 통해 최대 20명의 대학원생에게 금전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후배 연구자들을 위한 ‘리질리언스(회복력)’의 제도적 구현이기도 하다.학생들에게 전하는 조언: “벽은 넘을 수 있도록 존재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서울대학교 학생들을 위한 메시지를 부탁하자 김 교수는 자신의 학문 여정을 회상하며 조언을 전했다. 건축학에서 도시계획, 다시 인문사회 분야로 이동한 그는 “융합적 사고와 유연한 전공 선택이 앞으로의 시대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AI 기술의 발전처럼 예상치 못한 변화가 급속도로 다가옵니다. 지금 하는 공부가 10년 후 무용해질 수도 있지요. 그러나 끈기와 적응력은 변하지 않는 자산입니다. 교수라는 길 역시 시간의 자율성을 갖춘 매력적인 직업이며, 가능성을 열어두고 꾸준히 도전한다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