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도부터 한국 수출입 은행에서 근무하고 계신 유동훈 선배님과 비대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금융 공기업을 희망하는 학생뿐만 아니라 지금의 대학생활에 대한 막막함,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불안함이 만연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016년도에 한국 수출입 은행에 입사하여 현재 8년째 재직 중인 농경제사회학부 08학번 유동훈입니다. 이렇게 인터뷰를 통해 많은 분들과 인사할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쁘게 생각합니다.
2. 수출입 은행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기업인가요? 아마 금융 공기업에 많은 관심을 갖고계신 분들은 수출입 은행을 잘 알고 계실 것 같은데, 기관의 이름에서부터 유추할 수 있듯이 수출입과 대외투자에 대한 일을 진행하는 국가 기관입니다. 일반 시중 은행에서는 다루기 힘든 대규모, 중장기 대출상품을 다루는 공적 수출 신용 기관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이러한 ECA역할과 더불어 EDCF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EDCF란 원조 기금을 기획재정부로부터 위탁받아 개발도상국과의 경제협력을 도모하는 업무입니다.
3. 수출입 은행에 입사하시기 위해 대학 생활 동안 노력하셨던 경험에는 무엇이 있나요? 사실 저는 수출입 은행으로 취업 결정을 내리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제가 08학번으로 대학교에 입학한 후 15년도에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2학년까지는 대학원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2학년 때까지 4학년 전공 수업을 모두 당겨서 듣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군복학 이후 부모님의 권유로 2년간 행정고시 공부를 하게 되었고 다른 학생들에 비해 자소서에 살을 붙이기 위한 많은 활동을 경험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한된 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며 노력했던 경험 두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는 남들보다 대외활동이 부족했기 때문에 자소서 준비에 집중한 것입니다. 자소서를 본격적으로 작성하기 전, 저의 어린 시절부터 굵직한 이슈를 나열하며 각각의 경험에서 배운 것들을 모두 정리해두었습니다. 이렇게 정리해 놓으니 어떤 자소서도 쓰기 좋았고 결국 면접 질문도 자소서에서 나오기 때문에 면접의 답변에 대응하기에 수월했습니다. 자소서를 쓸 때는 본인이 선택한 내용들을 얼마나 짜임새 있고 의미 있게 연결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본인의 경험을 면접관에게 조리 있고 인상 깊게 말하는 능력을 키운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재료로 요리를 해도 요리 실력이 없다면 좋은 결과물을 내기 어려운 것처럼 결국 자신의 능력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면접에서는 스피치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의 말하는 루틴이나 습관을 고치는 연습에 집중했습니다. 학교의 말하기 수업을 들어보기도 했고, 스스로 말하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을 통해 여러 습관을 고쳤습니다. 결과적으로 말하기 연습 덕분에 여러 면접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4. 대학 생활을 하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경험은 무엇인가요? 저는 과동기들과 함께 논문경진대회에 나갔던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농업 경제학이라는 전공 수업에서 소논문 과제로 '한국 전통주의 현주소와 발전방향'에 대해 논문을 작성했었는데 해당 과목 교수님께서 저희의 논문을 흥미롭다고 생각하셨는지, 여름방학 이후 열리는 대학생 논문경진대회에 나가보라고 제안을 해주셨습니다. 대회 제출용 논문을 작성하기 위해 처음 제출했을 때는 84쪽이라는 방대한 분량으로 작성했던 소논문을 교수님의 첨삭을 받으며 23~24 페이지로 줄이는 작업을 했습니다. 이 과정이 정말 힘들었는데, 여름방학 3달간 함께 참여한 친구들과 중앙도서관 회의실에서 논문의 수정만을 거듭했습니다. 5명이 10시간 넘게 회의실에 있다 보니 '산소가 부족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논문을 완성하고 나니, 정말 큰 성취감을 느꼈고 운이 좋게도 수상까지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사실 대학 생활을 하면서 학점 외에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이 많이 없었는데 이 대회를 통해 앞으로도 대학에서 생산적인 활동을 많이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5. 수출입 은행에 입사하시게 된 계기와 입사 과정을 말씀해주세요. 많은 분들이 취업을 결정하실 때 동일하겠지만, 저도 대학교에 처음 입학하자마자 수출입 은행을 알았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의 영향으로 은행이라는 직장에 대해 호의적이었기 때문에 취업 탐색을 할 때 은행권에 대한 관심이 컸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정책금융기관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특히 수출입 은행은 ODA 산업도 함께 담당한다는 점에서 업무의 특수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수출입 은행에 입사하기 위해 주 2회 스터디를 하면서 미시, 거시, 화폐금융론 등의 과목을 돌아가며 공부했습니다. 또한, 요즘에는 면접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에 토론 스터디도 병행하며 매주 발제자가 준비해온 주제 1개에 대해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필기와 1, 2차 면접을 모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6. 현재 선배님께서 수출입 은행에서 담당하고 계신 업무를 말씀해주세요. 현재는 여의도에 있는 수출입 은행 본점이 아닌 수원 지점에서 근무하면서 중소 중견기업의 수출 지원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과거 대한민국은 대기업이나 초우량 중견기업을 위주로 수출이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수출이 매출의 50%, 많게는 80~90%까지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 중견기업이 많아졌습니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을 지원하라는 정부의 요청이 있었고 이에 대해 수출입 은행의 업무 범위도 넓어졌습니다. 저는 화성시를 담당하고 있어,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같은 대기업에 반도체를 납품하거나 현대 중공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기업 중 자금지원을 요청한 기업에 대한 지원 업무를 많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수출입 은행에서 지원을 받아 공장에서 사업이 잘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끼곤 합니다.
7. 수출입 은행에 입사하신 후 현재 느끼시는 주관적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직업에 대한 만족도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최근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후배님들은 모두 인지하고 있겠지만, Public Sector와 Private Sector의 경제적 보상의 차이는 충분히 인정하고 만족도를 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수출입 은행도 엄연히 정부 기관이기 때문에 Private Sector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경제적 보상보다 워라밸과 안정성을 추구한다는 것을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측면을 충분히 고려한다면 저의 수출입 은행에 대한 주관적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85점 정도입니다. 사실 직장인이 자신의 직장에 대해 90점 이상의 점수를 준다면 그건 거짓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출입 은행은 확실한 장점이 있습니다. 다른 사기업에 비해 급여는 부족하더라도 Public Sector에서는 최상의 급여를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공공기관 중에서 가장 유연하게 운영되고 있고, 직원의 60% 이상이 20-30대로 구성되어 상대적으로 젊은 조직입니다. 그래서 평등한 조직문화를 볼 수 있고, 퇴근 후 개인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여유, 공공기관으로서의 보람을 모두 느끼며 일하고 있습니다.
8. 어떤 학생들에게 수출입 은행 입사를 추천하시나요? 앞에서 가치관에 대해서는 언급했기 때문에 성향과 관련지어 말씀드린다면 과거 수출입 은행은 조용한 직원을 원했습니다. 모든 공공기관의 특성이기도 하지만, 현재는 수출입 은행에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 주장하는 직원들이 많이 들어와있고, 그들을 보는 시선도 과거와는 매우 달라졌습니다. 따라서 수출입 은행 입사에 필요한 역량이라고 한다면 종합적인 사고방식과 빠른 판단력을 지닌 학생들이 적절할 것 같습니다. 수출입 은행은 업무가 다양하고 이해관계자가 많아서 아무래도 이해력이나 판단력이 빨라야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기관 내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할 수 밖에 없어서 사교성도 중요한 강점이 될 수 있습니다.
9. 지금 대학생활을 하고있는 학생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경험이나 공부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사실, 3~4년 전만 해도 대학생들에게는 무조건 여행을 많이 가보라고 말했을 것 같습니다만, 지금은 본인의 할 일을 다 해놓으면 충분히 대학생이 아니어도 여행을 다닐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마냥 유희적인 여행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무언가를 꼭 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교환학생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입사 면접에서 업무와 연관된 질문을 많이 하기 때문에 관련 인턴 활동에 대한 메리트가 큽니다.
마지막으로 나를 표출하는 연습을 많이 해보라는 말씀은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사실 서울대학교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공부를 열심히 해와서 그런지, 소심하고 내향적인 친구들이 많은데, 나중에 면접에서 자신의 모습을 다 드러내지 못하고 할 말을 다 못한다면 정말 후회스러울 것입니다. 따라서 자격증, 교환학생, 인턴십은 당연히 필요한 요소이지만, 그 안에서 꾸준히 자신을 충분히 드러내고 표현하는 연습을 많이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비단 취업 시장에서 그 효력이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인생에서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0.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앞만 보고 열심히 달리다가 어느새 자신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교에 입학한 이후로 '나중에 뭐하지?'라는 막막한 생각이 들 때가 있을 텐데요. 마냥 급여적인 조건만 보기보다는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하고싶은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을 돌아보고 나의 미래에 대해 사색하는 시간을 대학생 때 많이 가져보시면 나중에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진로를 선택하는데 도움이 되실 것으로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