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문학상 최우수상 수상자 응용생물화학부 심영섭 학우 인터뷰

2023-03-08l 조회수 790




상록문학상은 농생대 동창회 창립 70주년을 기념하여 2018년부터 시작된 문학 공모전으로, 올해 어느덧 5회를 맞이하여 농생대의 대표 행사로 자리잡았다. 상록문학상은 농생대 휴학생 및 재학생, 교직원, 동문을 대상으로 시와 수필을 공모받고, 농생대 동문들이 최우수상, 우수상, 가작을 심사하여 상금을 수여한다. 올해에는 시 부문에 12명, 수필 부문에 16명이 응모하였다. 시 부문에서는 심영섭 학우의 ‘소천’이, 수필 부문은 이효림 동문의 ‘500원짜리 잔소리’가 최우수상으로 선정되었다. 응용생물화학부 응용생명화학전공 21학번에 재학 중인 심영섭 학우를 만나서 작품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들어보았다.

- 이번에 수상한 작품이 어떤 작품인지 소개해주세요.
작품 3개를 제출했는데, 그중에서도 ‘소천’이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아 최우수상에 당선됐습니다. 소천은 종교계에서, 특히 천주교에서 높은 분이 돌아가셨을 때 쓰는 단어입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소천’이라는 단어에서 영감을 받아 썼던 시를 다듬어서 제출했습니다.

- 나머지 두 작품도 소개해주세요.
‘모래시계’와 ‘사막의 천막’입니다. ‘모래시계’는 모래시계에서 모래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모래를 시간에 비유해서 쓴 시입니다. 사막의 밤하늘엔 별이 많다고 들어서, 밤하늘을 천막에 비유해서 ‘사막의 천막’을 썼습니다. 별 하나하나를 수놓아 천막을 짰다고 표현했습니다.

- 최우수상을 수상한 소감이 어떠신가요?
소감이라는 단어가 어색하네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취미로 시를 써서 지금 20편 정도 보관해두었습니다. 저만 알고 있는 작품이었는데 이번에 상록문학상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하니 어색하면서도 새로운 자극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시상식에서 제가 쓴 시를 낭독할 때, 부끄러우면서도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 어떤 계기로 상록문학상에 지원하게 되셨나요?
201동 건물에 수업을 들으러 가다가 상록문학상 포스터를 보고 처음 알게되었습니다. 마감 일주일 전에 우연히 본 것이었는데, 제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감에 지원했습니다.

- 평소부터 글을 써오셨나요, 아니면 대회를 위해 새로 쓰신건가요?
대학교에 입학한 뒤로는 할 일이 많아서 거의 쓰지 못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공부에만 갇혀있는 삶보다 좀 더 입체적인 삶을 살고 싶어서 다양한 활동을 하다가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쓴 시를 다시 고쳐서 제출했습니다.

-시 쓸 때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시집에서 영감을 얻기보다 일상에서 문득 떠오르는 단어들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TV나 SNS에서 신선하다고 느낀 단어나 표현을 발전시켜서 시를 씁니다.

-시를 기록하는 장소로 컴퓨터, 핸드폰, 종이 중에 뭘 선호하나요?
저는 노트를 선호합니다. 고등학교 때는 폴더폰을 썼어서 노트를 가지고 다니면서 메모했습니다. 지금은 영감이 떠오를 때마다 핸드폰에 메모합니다.

- 상록문학상 오행시도 지어주실 수 있나요?
상상을 해보았어요
녹음이 푸른 날
문을 두드렸었지요
학과에서 가장 이뻤던 그녀의 미소는
상춘과도 같았답니다.

-좋아하는 시인이나 글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저는 담담하게 속마음을 독백으로 풀어내는 글을 좋아합니다. 한 사람을 꼽자면 백석 시인의 분위기가 좋습니다. 저는 시를 쓸 때 수식어를 많이 넣는 편인데, 시를 읽을 땐 수식어 없이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작품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수상 작품>

소천

풀잎이 졌다
눈곱마치 작게 피어나
그저 지나가는 작은 꽃이었다
고요히 푸른 영혼이 흔들릴 때
태양은 고개를 숙였고
검은 그늘은 허리를 숙였다

나의 자그만 세상이
죽어가던 촛농 위 떨어졌던 기름이
찬란하게 마지막 자취를 그을리면
적막의 어둠 속 홀연히 빛나는
유성우는 우주의 끝을 향해
티끌 휘날리며 떨어진다

자연의 시계 속
그저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나의 근원은 갔다

<작품 해설>
이 시는 이중적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두었습니다.
제게 무척이나 소중했던 사람과 영구적인 결별로 이 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내적인 감성이 외부로 점진적으로 확장되며 결국에는 자연과도 연결되는 흐름을 이해했다면 제 의도를 충분하게 이해하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표현을 하나 하나 곱씹으며 모든 의미를 눈이 아닌 심장으로 이해해주신다면 작가로서 정말 감사할 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