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문학상은 농생대 동창회 창립 70주년을 기념하여 2018년부터 시작된 문학 공모전으로, 올해 어느덧 5회를 맞이하여 농생대의 대표 행사로 자리잡았다. 상록문학상은 농생대 휴학생 및 재학생, 교직원, 동문을 대상으로 시와 수필을 공모받고, 농생대 동문들이 최우수상, 우수상, 가작을 심사하여 상금을 수여한다. 올해에는 시 부문에 12명, 수필 부문에 16명이 응모하였다. 시 부문에서는 심영섭 학우의 ‘소천’이, 수필 부문은 이효림 동문의 ‘500원짜리 잔소리’가 최우수상으로 선정되었다. 응용생물화학부 응용생명화학전공 21학번에 재학 중인 심영섭 학우를 만나서 작품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들어보았다.
- 이번에 수상한 작품이 어떤 작품인지 소개해주세요.작품 3개를 제출했는데, 그중에서도 ‘소천’이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아 최우수상에 당선됐습니다. 소천은 종교계에서, 특히 천주교에서 높은 분이 돌아가셨을 때 쓰는 단어입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소천’이라는 단어에서 영감을 받아 썼던 시를 다듬어서 제출했습니다.
- 나머지 두 작품도 소개해주세요.‘모래시계’와 ‘사막의 천막’입니다. ‘모래시계’는 모래시계에서 모래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모래를 시간에 비유해서 쓴 시입니다. 사막의 밤하늘엔 별이 많다고 들어서, 밤하늘을 천막에 비유해서 ‘사막의 천막’을 썼습니다. 별 하나하나를 수놓아 천막을 짰다고 표현했습니다.
- 최우수상을 수상한 소감이 어떠신가요?소감이라는 단어가 어색하네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취미로 시를 써서 지금 20편 정도 보관해두었습니다. 저만 알고 있는 작품이었는데 이번에 상록문학상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하니 어색하면서도 새로운 자극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시상식에서 제가 쓴 시를 낭독할 때, 부끄러우면서도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 어떤 계기로 상록문학상에 지원하게 되셨나요? 201동 건물에 수업을 들으러 가다가 상록문학상 포스터를 보고 처음 알게되었습니다. 마감 일주일 전에 우연히 본 것이었는데, 제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감에 지원했습니다.
- 평소부터 글을 써오셨나요, 아니면 대회를 위해 새로 쓰신건가요?대학교에 입학한 뒤로는 할 일이 많아서 거의 쓰지 못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공부에만 갇혀있는 삶보다 좀 더 입체적인 삶을 살고 싶어서 다양한 활동을 하다가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쓴 시를 다시 고쳐서 제출했습니다.
-시 쓸 때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시집에서 영감을 얻기보다 일상에서 문득 떠오르는 단어들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TV나 SNS에서 신선하다고 느낀 단어나 표현을 발전시켜서 시를 씁니다.
-시를 기록하는 장소로 컴퓨터, 핸드폰, 종이 중에 뭘 선호하나요?저는 노트를 선호합니다. 고등학교 때는 폴더폰을 썼어서 노트를 가지고 다니면서 메모했습니다. 지금은 영감이 떠오를 때마다 핸드폰에 메모합니다.
- 상록문학상 오행시도 지어주실 수 있나요?상상을 해보았어요
녹음이 푸른 날
문을 두드렸었지요
학과에서 가장 이뻤던 그녀의 미소는
상춘과도 같았답니다.
-좋아하는 시인이나 글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저는 담담하게 속마음을 독백으로 풀어내는 글을 좋아합니다. 한 사람을 꼽자면 백석 시인의 분위기가 좋습니다. 저는 시를 쓸 때 수식어를 많이 넣는 편인데, 시를 읽을 땐 수식어 없이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작품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수상 작품>소천
풀잎이 졌다
눈곱마치 작게 피어나
그저 지나가는 작은 꽃이었다
고요히 푸른 영혼이 흔들릴 때
태양은 고개를 숙였고
검은 그늘은 허리를 숙였다
나의 자그만 세상이
죽어가던 촛농 위 떨어졌던 기름이
찬란하게 마지막 자취를 그을리면
적막의 어둠 속 홀연히 빛나는
유성우는 우주의 끝을 향해
티끌 휘날리며 떨어진다
자연의 시계 속
그저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나의 근원은 갔다
<작품 해설>이 시는 이중적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두었습니다.
제게 무척이나 소중했던 사람과 영구적인 결별로 이 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내적인 감성이 외부로 점진적으로 확장되며 결국에는 자연과도 연결되는 흐름을 이해했다면 제 의도를 충분하게 이해하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표현을 하나 하나 곱씹으며 모든 의미를 눈이 아닌 심장으로 이해해주신다면 작가로서 정말 감사할 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