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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응용생명화학전공 민경진 신임교수 인터뷰

2022-12-28l 조회수 1022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응용생명화학전공 부교수로 부임한 민경진입니다.
저는 학사랑 석사는 이제 한국에서 했었고, 박사와 포닥을 미국에서 한 뒤, 최근에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어요. 저는 공부뿐만 아니라 산책하는 것 음악 듣는 것 역시 즐깁니다.

- 홈페이지에 교수님의 전공이 생지화학과 육상 생태학으로 소개되어 있는데 조금 생소하여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도 생지화학 처음 들었을 때는 생소했어요. 생지화학은 기본적으로 지구상에서 물질이나 에너지가 이동하는 과정을 지질학적, 화학적,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공부하는 학문이에요. 저는 그중에 물질로는 탄소에 관심이 있고, 공간으로서는 육상 생태계나 토양에 관심이 있습니다.

- 다양한 전공 중에 토양을 연구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여기 농생대 학생들도 졸업할 때는 졸업 논문을 써야 하잖아요. 저도 1년동안 실험실에서 생활했었는데 계속 실내에만 있으니까 제가 야외 생활을 되게 그리워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원래 도시 여자인 줄 알았는데 밖에 나가서 활동적으로 일하는 거를 되게 좋아한다는 걸 깨닫고 실험실 생활도 할 수 있고 야외 활동도 할 수 있는 그런 전공을 알아보던 중에 생태학이나 토양학 분야로 점차적인 관심을 가졌던 것 같아요.

- 토양학은 외부로 나가서 연구해야 하는 경우도 많은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저는 오히려 그게 더 마음에 들어서 토양학을 선택했거든요. 요즘에 MBTI 많이 하시던데 저는 J라서 계획을 세우고 지키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평상시에는 제가 상황을 통제하는 편인데, 그렇지 않은 시간도 보내고 싶더라고요. 야외에 나가면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많이 벌어져요. 실험해야 하는데 폭우가 온다거나 아니면 장비가 고장 나거나 자동차 바퀴에 구멍이 난다거나 하는 일들이 생기는데 저는 그게 참 재밌었어요. 스트레스로 느껴지지 않았고, 야외에 나갈 때는 처음부터 약간 포기를 하고 당연히 이런 일들이 생길 수 있겠거니 싶은 마음으로 나가다 보니까 어렵지는 않고 즐기면서 하는 것 같습니다.

- 만약 폭우가 오거나 장비가 고장 나면 실험은 미뤄지는 건가요?
가까운 곳에 나간 거면 다 철수한 다음에 며칠 후에 다시 나오자 이럴 때도 있고, 사실 미국에서 일할 때는 한 달 동안 필트트립을 가서 계속 운전하고 실험하고 여행하면서 실험을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비가 많이 오면 그 지역을 아예 포기하거나 계획을 취소하거나 하고 장비가 고장 나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고치던가 대여해서 진행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처음 계획과 달리 훨씬 조금만 성취할 수밖에 없었는데, 위기관리 능력을 키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서 임했던 것 같아요.

- 야외에 나가면 주로 어떤 종류의 실험을 하시나요?
바깥에서는 토양을 채취하는 일이 많이 있어요. 제가 석사 공부할 때만 해도 사람들이 토양에서 표토 한 10cm 20cm 정도에만 관심이 있어서 그걸 수집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어요. 삽 들고 가서 토양을 퍼오면 되거든요. 근데 최근 20년 동안 사람들이 깊은 토양에 관심이 생겨서 드릴링을 할 수 있는 무거운 장비들을 많이 들고 다니며, 지역들을 돌아다니고 있어요. 그렇게 토양을 퍼와서, 토양에 다른 작물을 심었을 때 토양의 화학적인 혹은 생물학적인 성질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연구합니다. 혹은 같은 종의 식물이 자라는데 온도가 다른 지역에서 얘네들이 자랐을 때 온난화로 인해서 생체 화학적인 과정이 어떻게 바뀌는지도 연구합니다. 그래서 야외에 나가면 그냥 흙을 퍼온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 식물과 토양 식물과 미생물 토양과 미생물, 이렇게 관계를 연구하신 논문을 많이 쓰셨는데, 간단한 소개와 계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생지화학이라는 과목 자체는 지질학에서 출발한 거예요. 풍화작용은 비바람이 불고 온도가 변해서 일어나는 것도 맞지만, 화학적인 작용이나 뿌리의 생장, 호흡으로 인한 탄산의 생성 등 다양한 원인으로 풍화가 일어납니다. 그래서 지구과학을 이해하기 위해서 생명체를 빼놓고는 불가능하다고 인식을 하기 시작한 거예요. 제가 연구하는 것도 탄소인데 물질은 지구상에서 순환하잖아요. 예를 들어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식물이 광합성을 하면 이산화탄소가 식물로 이동하고 식물이 죽어서 땅속에 묻히면 땅속에 있다가 미생물들이 분해하면 다시 이산화탄소가 돼서 대기 중으로 배출이 되고 이런 식으로 계속 선순환을 하는 과정이 있거든요. 저는 이렇게 연결 고리가 되는 과정들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 그러면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연구도 하시나요?
당연히 관심이 있어요. 제가 학생 때는 지구온난화라는 용어를 많이 썼는데 최근에는 단순히 전체적으로 온도가 상승하는 게 아니라, 어떤 곳에서는 온도가 하강하고 또 다른 곳에서는 폭우나 가뭄이 지속되잖아요. 그래서 요즘에는 기후 변화라는 용어를 더 많이 쓰는 것 같아요.
저는 기후 변화와 관련된 토양에 있는 탄소에 관해 연구하고 있어요. 토양에 저장된 탄소의 양이 매우 많거든요. 그래서 기후 변화가 지속될 때, 토양에서 탄소가 대기로 많이 방출되면 기후 변화가 가속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토양에 탄소를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 토양 탄소의 예시를 들어주세요.
기본적으로 토양의 탄소는 식물에서 유래가 됐어요. 뿌리가 깊은 식물을 키우면 외부 요인에 의해 토양이 침식되거나 유실되더라도, 뿌리는 계속 토양 속에 존재하는 거잖아요. 이런 형태뿐만 아니라,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광합성을 통해서 식물에 들어가게 되고 그 식물이 죽음으로 인해서 토양에 있는 탄소가 될 수도 있어요. 저는 이렇게 식물에서 유래한 토양 탄소가 토양에 오랫동안 유지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게 기후 변화에 도움이 되는 연구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 이번 학기에 새로 부임하시고 지금 한 학기를 보내시는 중인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지금까지는 재밌는 것 같아요. 제가 교수로 오기는 했지만 새내기잖아요. 그래서 학교 측에서 오리엔테이션이라든지 워크숍이든지 많이 도와주고 계세요. 요즘에는 학부생을 대상으로 면담을 하고 있어요. 면담하면서, 학교에 무슨 동아리가 있는지 학생들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는지 아니면 어떤 고민을 하며 학교생활을 하시는지 그런 걸 많이 듣고 배우고 좋은 경험인 것 같아요. 제가 이번 학기에는 강의하지 않아서 학생들을 볼 일이 없는데 이렇게나마 학부생들을 만나니까 되게 풋풋하고 좋더라고요.

- 농생대 학생들이나 응용생명화학 전공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나 조언이 있으실까요?
제가 생각을 해봤는데요. 딱히 우리 농생대 학생이라기보다는 그냥 요즘에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코로나 때문에 힘드신 것 같더라고요. 원래 대학교에 와서 누려야만 하는 것들을 누리지 못하는 걸 보면서 되게 좀 안타깝고 미안했어요. 다들 힘드실 텐데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시지 말고 주변 사람들한테 도움 많이 받고, 노는 게 나쁜 건 아니니까 사람들 많이 만나고 좋은 시간을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 코로나로 인해 교수-학생 간 상호작용이 많이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연구실을 정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데 토양학 연구실에는 이런 학생이 왔으면 좋겠다 하는 점이 있으실까요?
어느 학생이라도 와주면 참 고마울 것 같아요. 저는 학생들의 장점을 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사실 여기 부임하기 전에 제 박사 지도 교수님이나 박사후과정 교수님하고 줌으로 미팅을 한 적 있어요. 오기 전에 이제 어떻게 해야 하냐, 어떻게 학생을 가르쳐야 하냐 질문했을 때 들은 조언 중에 모든 학생이 다 다를 거고, 또 무조건 좋기만 한 학생, 무조건 나쁘기만 한 학생은 없을 거다. 그래서 그 학생들이 가진 최고의 장점들을 네가 잘 살려주는 방향으로 지도했으면 좋겠다는 그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저는 그게 참 좋은 이야기 같고, 어떤 장점들을 내가 파악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생각을 해봤어요. 좋은 특성들을 예전에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예를 들어서 꾸준한 것, 똑똑한 것, 착한 것, 지기 싫어하는 것, 사람들하고 잘 노는 것, 손이 좋아서 실험을 잘하는 것 등 생각해 보면 장점이 참 많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어느 학생이 오더라도 제가 장점이 무엇인지 빨리 파악을 해서 그걸 살려주는 식으로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결국, 학생들에게 바란다기보다는 제가 잘해야 하는 것 같아요. 제가 빨리 안목을 키워서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 학부부터 박사과정까지 계속 전공이 바뀌신 건가요?
학부 때는 생명과학과를 들어갔는데 제가 있던 연구실은 면역학을 했어요. 석사 때는 생태학을 하고 싶었는데 우리나라에는 생태학 하는 연구실이 많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환경 계획학 연구실에 들어갔는데 그 연구실에는 물을 연구하는 사람, 대기를 연구하는 사람, 조류를 연구하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중에서 토양을 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고,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왔던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옛날부터 하고 싶은 게 뚜렷한 사람을 보면 부러웠거든요. 왜냐하면, 저는 하고 싶은 게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하기 싫은 것들을 제외하고 나니까 공부가 남았고 그중에서도 토양이 괜찮은 것 같고 이런 식으로 해왔는데 그 와중에 재미를 찾았던 것 같아요. 바꿔말하면, 재미가 있어서 시작한 게 아니라, 견디다 보니까 재미가 생긴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저도 많이 변한 것 같아요.

- 교수님께서 선택하신 토양학이란 어떤 학문인 것 같으신가요?
토양학은 정말 어려운 학문이에요. 대기나 물에도 나름의 고충이 있겠지만 대기나 물은 잘 섞이기 때문에 장소마다 측정값이 비슷할 수 있는데, 토양학은 토양이라는 환경 자체가 굉장히 이질적인 환경이에요. 그래서 내가 측정한 곳의 측정값과 거기서 1cm 떨어진 데서 측정한 값이 다를 수 있어요. 이 때문에 저는 뇌보다 토양이 훨씬 더 복잡한 환경인 것 같고, 정말 똑똑하신 분들이 많이 이제 앞으로 연구를 해야 하는 그런 과목입니다. 그래서 이제 젊은 피가 필요해요. 젊은 피의 수혈을 받아야 하는 그런 학문인데 아직까지는 학생들의 관심을 끌 만한 그런 매력 발산을 못 한 학문이랄까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토양학의 역사와 전망을 소개해주세요.
역사가 오래되지는 않았어요. 사실 농학이라고 하면은 거의 인류의 역사부터 출발하는데 그때는 토양을 식물을 기르기 위한 환경으로만 생각했고 토양 자체로만 생각한 거는 이제 1800년대 후반이라서 역사가 200년 조금 넘은 신생 학문이에요. 그래서 다른 학문에 비해서 아직 알려진 것이 많이 없습니다. 적립된 이론이 없어서 이론도 자주 많이 바뀌고 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나간다는 느낌이에요. 제가 생각하기에 화학은 거의 완성형이고, 생물학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토양학에서는 지금 쓰고 있는 기술들이 1950년대 60년대 개발된 기술들이에요. 앞으로 토양학은 기술적인 난제들을 극복하며 점점 더 발전을 이루어나갈 것 같아요.

- 혹시 앞으로의 계획이나 포부가 있으신가요?
생지화학, 토양학이라는 분야가 인기가 없고 사람들이 관심이 없는 분야라서 저는 관심을 많이 가져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고요. 그걸 위해서 수업이나 실습이나 세미나 같은 걸 많이 할 예정이에요. 처음에 서울대에 부임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네가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연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네가 하는 분야는 이제 한국에서 향후 20년 동안 없다고 말씀하셨거든요. 그러니까 책임감이나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라고 조언을 해 주신 건데 그 조언이 헛되지 않게끔 열심히 해볼 계획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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