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19l 조회수 696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4월의 오후,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200동 6122호에서 경고색에 관한 오랜 미스터리를 해결한 서울대학교 응용생물화학부 응용생물학 전공 강창구 교수를 만날 수 있었다. 강창구 교수팀의 경고색의 진화양상에 대한 연구결과는 2023년 3월호 사이언스(Science)지 표지논문으로 게재되었다. 진화 생물학에서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의문점 해결을 위해 던져진 해결책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강창구 교수는 현재 곤충생태학 연구실에서 곤충 생태와 진화를 연구하고 있다.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야 하는 많은 곤충이나 동물은 여러 방어 전략을 취하는데, 그중에서도 곤충과 동물이 가진 색채 양상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논문 주제 선정 이유 및 배경에 대한 질문에 강 교수는 박사 과정 때부터 동물이 가진 방어 전략 연구를 많이 해왔다고 밝혔다. 그중 위장색, 보호색, 경고색 등에 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었는데, 동물들의 보호색이 단순히 위장이나 경고의 목적만 가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대표적으로 무당개구리 같은 경우, 평상시 위장색을 가지고 있다가 위협을 받을 때 선택적으로 경고색을 발현한다. 그러나 다양한 목적의 보호색 기능과 진화 양상에 대한 연구가 없었고, 특히 이러한 전략이 양서류에서 많이 관찰되었기에 진화 이유를 알고자 전세계 양서류 색채 진화적인 순서 진행을 연구하게 되었다고 전하였다.
본 연구는 진화 생물학의 미스터리를 밝혔다는 의의가 있다. 경고색은 진화 생물학에서 설명하지 못하는 여러 질문 중 하나였다. 포식자로부터 숨는 기능의 위장색과는 달리, 경고색으로 보호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포식자들이 먹으면 안 된다는 신호 학습이 필요하다. 따라서 초기 진화 과정 중 경고색을 발현한 소수의 개체들은 오히려 눈에 잘 띄어 생존에 불리하다. 경고색 개체들이 초기에 어떻게 진화되었는지가 진화 생물학에서 설명하지 못했던 미스터리였던 것이다. 본 연구는 진화적 경로가 위장색에서 경고색으로의 전이가 직접적이지 않으며, 평상시에는 위장색을 가지고 있다가 위험 시에만 선택적으로 경고색을 보이는 진화의 중간 단계가 있었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연구 진행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에 관한 질문에 대해 전 세계 8,000여 종이 넘는 양서류들을 분석하는 데 있어 많은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던 점을 꼽았다. 진화적 경로 분석을 위해서는 정보를 가능한 한 많이 모으는 것이 유리하기에 인터넷에 게시된 사진을 이용해 정보를 모으고자 하였다. 이 과정에서 일반적인 양서류 색채가 아닌 숨기고 있는 색채를 확인하여야 했는데, 대부분 사진이 몸의 숨겨진 부분을 확인하기 어려웠기에 현실적으로 파악 가능한 부분까지 사용하였다고 전하였다.
이전에도 경고색 진화에 있어 여러 가설이 있었지만, 이번 연구는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경로를 제시하고 근거를 보였다는 점에 있어 의의가 있다. 또한 새롭게 제기된 가설은 기존의 가설을 완전히 반박하는 것은 아니다. 위 연구를 통해 양서류의 경고색 진화에 대해 알아보았으나, 양서류 이외에도 경고색을 사용하는 동물 분류군은 많이 존재한다. 아직 이들이 경고색 진화에 있어 양서류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없다. 현재 연구실에서 양서류가 아닌 다른 동물 분류군에서, 위 연구를 통해 제시한 가설이 아닌 다른 가설 적합성에 대해 통합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이언스 표지 논문 선정과 관련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좋아하는 연구를 진행하며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음에도 감사한데, 부가적인 인센티브로 공신력 있는 저널에 실리기까지 해 실감이 잘 나지 않지만, 굉장히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사이언스 표지 논문 선정 이후 연구적 측면으로 국내 연구자 및 해외 연구자들로부터 많은 연락을 받아 새로운 연구 기회가 많이 생겼다고 언급하였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최근 과학에서의 분야 간의 경계가 많이 사라지고 있고, 생물학 전공에서도 공학과의 접목을 통해 머신 러닝을 연구에 활용하는 등의 시도가 많이 생기고 있다. 앞으로의 연구에 있어 이와 같은 추세가 강화될 것이고, 기존의 연구 방식도 다양한 분야와의 접목을 통해 기술적으로 발전할 것이라 예측된다. 강 교수는 연구 분야에 있어 전문성을 지니면서도 방법론적 측면에서 변화하는 기술을 잘 흡수한다면 보다 유의미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 학생들에게 조언하였다.
마지막으로 강 교수는 농업생명과학대학 학생들에게 연구 측면에서 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농업생명과학대학 내에 각 분야에서 훌륭한 교수님이 많으니 학부 연구생 등의 기회를 통해 연구자의 길을 잘 밟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언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