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의 젊은 기업가들이 모교인 서울대에 200억원을 쾌척했다.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인 블록체인 및 핀테크 전문 기업 ‘두나무’의 송치형 의장(42)과 김형년 부사장(45)이 그 주인공이다.
송 의장은 중앙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서울대 2,3학년 때 들은 수업이 기억에 많이 남는데 그 교수님이 다른 대학으로 옮기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후배들이 그 강의를 더는 들을 수 없다는 게 무척 아쉬웠다”며 “경제학 수업을 듣다 보면 ‘교수님들이 미국에서 받던 연봉을 많이 깎아서 들어왔다’,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강의한다’는 말을 종종 듣고는 했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기부 이유를 밝혔다. 송 의장은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과 경제학(98학번)을, 김 부사장은 농경제학(현 농경제사회학·95학번)을 전공했다.
회사 이름 두나무는 금융과 기술이라는 두 개의 큰 나무가 합쳐진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송 의장은 두나무 창업 1년 후인 지난 2013년 소셜 트레이딩 기반 주식 플랫폼인 ‘증권플러스’를 준비하며 김 부사장을 만났다. 서울대는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송 의장에게 사무실을 제공했다. 그는 “이상구 컴퓨터공학부 교수님께서 서울대 컴퓨터연구소 내 사무실을 굉장히 저렴하게 내주셨다”며 “창업 초기 회사가 서울대 내에 있는 것만으로도 신뢰를 주는 등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경제학부에 100억, 농경제사회학부에 50억 그리고 서울대 기술지주에 50억을 기부했다. 송치형 의장은 “처음에는 컴퓨터공학부에 50억, 경제학부에 50억 그리고 농경제학부에 50억을 배정했다”며 “후에 이상승 경제학부장님을 뵙고 말씀을 나누면서 경제학부 교수진 영입 등에 어려움이 있다는 말씀을 듣고 예산 배정에 많은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송 의장은 “서울대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싶었고, ‘두나무에서 돕는다고 했을 때 세계적인 학과가 될 수 있을까’를 기준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IT분야는 50억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라 고민 끝에 경제학부에 100억을 하기로 했다”며 “컴퓨터공학부에는 어떤 방식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는 지난 11일 오세정 총장, 이원우 기획부총장, 유홍림 사회과학대학장, 장판식 농업생명과학대학장과 두나무 이석우 대표, 송치형 의장과 김형년 부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발전기금 협약식을 진행했다.
서울대 경제학부와 농경제사회학부에 기탁된 발전기금은 신임 교수 및 세계적 수준의 교수 지원과 연구환경 조성, 한국경제혁신센터 지원, 대학원생 및 학부생 장학금 등에 사용될 계획이다. 서울대 기술지주의 ‘서울대 STH 핀테크 혁신 벤처투자조합’ 펀드와 ‘서울대 STH 창업 초기 벤처투자조합’ 펀드에 출자한 50억원은 유망 핀테크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기여할 예정이다.
[출처: 중앙일보] "최고의 강의 부탁해요"…40대 기업가, 서울대에 200억 기부